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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험천만한 대북전단 살포, 자제해야 한다

중앙일보 2014.10.27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남남(南南)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과 오두산 통일전망대 일대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보수단체와 이를 저지하려는 단체가 수차례 충돌했다.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은 트랙터를 몰고 와 진입로를 막기도 했다. 결국 파주시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는 무산됐다. 그러자 보수단체 회원 일부는 김포시로 이동해 대북전단 2만 장을 날렸다. 경찰은 이날 전단 살포 단속이 아닌 충돌 방지 차원에서 출동했고, 군은 전방에서 북한군의 사격에 대비해야 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지금 남북 간 주요 현안이다. 북한은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 수 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이 K-6 기관총으로 대응하면서 남북 간에는 교전도 벌어졌다. 북한은 이후 대북전단 살포가 추가로 이뤄지면 남북관계가 파탄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2일에는 전단 살포 중지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남북 고위급 접촉 대표단 성명을 통해 “상대방을 자극하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는 도발 행위를 막는 조치를 취한다면 2차 고위급 접촉을 개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남북은 이달 초 북한 고위 대표단 방남 당시 2차 고위급 접촉을 10월 말~11월 초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북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보수단체는 이런 정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에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채널이 구축되려는 시점이다. 남북관계가 풀려 북한 주민의 생활, 다시 말해 생존권이 향상되는 것도 북한 인권 개선의 한 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남북관계, 인권의 큰 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전단 살포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이다. 북의 군사적 대응이 현실화한 만큼 코앞의 주민의 안전과 생명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 주민들이 트랙터로 진입로를 막았겠는가. 현 단계에서 막무가내식의 전단 살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자제하는 것이 이성적이고 공공의 이익에도 맞다.



 정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과 규제법 미비로 대북전단 제한 방법이 없다고만 되뇌질 말고 보수단체를 설득하고 어떻게 해서든 뜯어말려야 한다. 북한도 전단 살포 문제를 이용해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 남한 정부가 시민단체의 모든 행동을 규제할 수 있다는 전제를 거둬들여야 한다. 더 이상의 조건을 내걸지 말고 남한과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에 나오길 바란다. 진정성을 입증하는 것은 그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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