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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단절 직장문화, 아침 도시락 함께 먹으니 '형님' '아우'

중앙일보 2014.10.27 00:01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동화약품 이숭래 사장(오른쪽에서 둘째)이 직장 내 소통문화 확산을 위한 도시락데이에 참석해 CNS(중추신경계)팀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동화약품]



소통 위한 '맑은 바람 캠페인' 성과

지난해 한국인 연평균 근로시간은 2163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근로시간의 1.3배이자 34개국 중 2위다. 하루 아홉 시간 남짓 자신의 일터에서 보내지만 정작 직장 내 소통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동료와의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다. 바쁜 업무 탓에 대화와 소통의 기회가 줄고 있는 것. 최근 이러한 직장 내 분위기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최장수 제약기업인 동화약품의 ‘맑은 바람 캠페인’을 통해서다. 밥상을 매개로 ‘불통(不通)’과 ‘단절’의 직장문화를 ‘소통’과 ‘화합’으로 바꾸려는 노력이다. ‘하루 한 끼 가족이 밥상에서 만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캠페인이 직장 내 도시락데이·쿠킹클래스·소셜다이닝 등의 형태로 진화하면서 기업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경아 기자



도시락데이, 함께 식사하며 거리감 좁혀



동화약품 영업부 청주약국지점장 전철준(48)씨는 최근 팀원과 처음으로 아침밥을 함께 먹었다. 사내 ‘동화 도시락데이’를 통해서다. 동화 도시락데이는 소통하는 밥상 문화를 위한 ‘맑은 바람 캠페인’의 일환이다. 영업부서의 특성상 외근이 잦아 회의 때 또는 저녁 회식 자리에서나 볼 수 있는 12명의 팀원이 출근 후 한자리에 모였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오전엔 주로 업무 보고 위주로 진행돼 사무적이고 딱딱한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락을 먹으며 분위기는 금세 자연스러워졌다. “김 대리 요즘 살 좀 빠진 것 같아” “어제 TV에서 그 프로그램 보셨어요?” “뉴스 보니까 난리던데?” 등의 개인적인 안부부터 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화가 오갔다. 전씨는 “술에 취해 서로 불만을 늘어놓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저녁 회식 자리와는 확실히 달랐다”며 “도시락을 통해 아침 시간을 공유하자 단순히 밥을 먹는 것 이상으로 공동체 의식이 생기면서 몸도 마음도 든든해졌다”고 말했다. 전씨는 도시락데이가 열릴 때마다 지점 단위로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동화약품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은 “서로 일정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31.9%, 319명)에 밥조차 먹을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생각과느낌클리닉 정우열(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장은 “밥을 먹는다는 건 생명 유지는 물론 정서 교감을 위한 행위”라며 “함께 식사하면 타인에 대한 방어의식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서 업무시간에 비해 감정 표현이 활발해지고 상대에 대한 긴장감·거리감이 준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 만들며 직원 간 유대감 키워



밥상머리에서의 소통은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최근 동화약품 제제연구A팀 허원범(26)씨와 잇치MR팀 최지영(여·26)씨는 ‘수제 맥주 만들기’라는 색다른 체험을 했다. 사내에서 진행 중인 소셜다이닝(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 식사하거나 취미를 공유하는 것) 프로그램 ‘동화누리’를 통해서다.



입사 3개월에 접어든 허씨는 상시모집을 통해 홀로 합격한 탓에 남들이 말하는 동기애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수제 맥주 만들기에 참여한 뒤론 달라졌다. 다양한 부서 직원이 맥주라는 관심사로 뭉쳐 맥주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맛봤다. 허씨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 보니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회사 생활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 그는 “회장님까지 앞치마를 두르고 맥주를 함께 만들었다. 맥주를 만든다는 것 자체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직장 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완성된 맥주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자 ‘우리 회사에서도 했으면 좋겠다’며 다들 부러워했다.



이처럼 직장 동료와의 취미생활 공유는 직업 존중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우열 원장은 “직장인의 상당수는 동료와의 의사소통 문제를 심각한 고민으로 꼽는다”며 “공통 관심사로 서로 간의 소통이 원활해지면 직업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직업 존중감이 높아지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차원에서 직업 내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 원장은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제안하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윗사람은 자신의 말이 강제적으로 느껴질까 걱정한다”며 “조직에서 끊임없이 소통의 자리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윗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 원장은 “윗사람이 먼저 권위의식·관리자 마인드를 버리고 인생 선배이자 상담자로서 아랫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공감적인 이해, 무조건적인 존중, 의도 없는 순수성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화약품 맑은 바람 캠페인



동화약품은 2010년부터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맑은 바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화약품의 로고인 부채표의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합해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았다.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가족 간의 쿠킹클래스, 직원 간의 도시락데이, 소셜다이닝 등을 진행해 왔다. 또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가족과 함께하는 ‘가정의 날’로 정해 정시퇴근을 유도한다. 참된 소통문화 확산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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