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증상 개선보다 원인 분석이 먼저 기능 회복은 저절로 따라오죠"

중앙일보 2014.10.27 00:01 주말섹션 1면 지면보기
이태임 교수는 진료 때 ‘원칙’을 중시한다. 질환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제거한 뒤 치료에 들어간다. 재발을 줄이고 환자 스스로 관리토록 하기 위해서다. 김수정 기자



[명의 탐방] 분당제생병원 재활의학과 이태임 교수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의학에서도 다르지 않다. 빠른 진단과 신속한 처치는 치료 성적과 직결된다. 하지만 신중하고 긴 안목의 판단이 속도보다 중요시되는 의학 분야가 있다. ‘느림의 미학’을 체득해야만 비로소 가치를 발하는 ‘재활의학’이다. 신중함이 부족하면 자칫 오진과 미진한 치료로 시간을 낭비하고, 합병증을 얻는다. 분당제생병원(관동대 의대 교육협력병원) 재활의학과 이태임 교수는 ‘공든 탑’을 쌓듯 환자를 치료한다. ‘부실공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류장훈 기자  



재활의학(再活醫學)은 말 그대로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의학이다. 물리치료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종 질병·사고로 인한 장애와 합병증·후유증·통증을 다룬다. 뇌졸중·척수손상·뇌성마비에서부터 어깨·목·족부 통증을 비롯한 만성 통증, 스포츠 손상, 보조기 치료가 여기에 해당한다. 상실한 심신기능을 원상태로 끌어올려 새로운 삶을 갖게 하는 의학이다.



생활습관·직업·유연성도 분석



임상의학은 치료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재활의학은 치료 후 기능 회복을 겨냥한다. 환자를 병상에서 일상생활로 연결해 주는 다리인 셈이다.



 이 교수는 증상 해결에 급급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해 제거한다. 증상부터 해결하려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어서다. 원인 분석은 단순히 진단에 그치지 않는다. 생활습관·패턴, 직업, 몸의 유연성 등 환자의 상태와 연결고리가 있는 부분은 모두 대상이다. 이 교수는 “모든 병이 생기는 데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라며 “위험인자와 원인을 없애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증상 개선은 자연히 따라오는 결과다. 이 교수의 방식은 치료 시간을 조금 더 요구하기도 한다. 대신 재발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 관리하도록 만든다. 재활의학이 추구하는 바와 일치하는 접근 방식이다. 살 만한 인생으로 바꿔주는 것, 이것이 바로 이 교수가 말하는 재활의학이다.



면밀한 원인 파악, 오진을 막다



이 교수는 원인 분석의 중요성을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그는 발뒤꿈치 통증으로 분당제생병원 재활의학과 족부클리닉을 방문한 2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정확한 진단명을 조사했다. 다른 클리닉에서 족저근막염 진단·치료를 받다가 호전되지 않아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다. 이들을 면밀하게 진단한 결과, 53.2%(133명)만이 초진대로 족저근막염으로 진단됐다. 나머지 46.8%는 지방패드위축증(14.8%, 37명), 요족(일명 까치발, 10.4%, 26명), 지방패드 위축증을 동반한 족저근막염(9.2%, 23명), 평발(4.8%, 12명), 발바닥 섬유종증(4.4%, 11명) 순으로 다양하게 진단됐다. 결국 37.6%의 환자는 질환과 무관한 치료를 받다 시간만 허비한 셈이다. 이 교수는 “발은 복잡한 구조인 만큼 면밀하게 진단해야 환자에게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저히 검증된 치료법만 제시



이 교수가 지금까지 신조로 여기는 말이 있다. “어떤 약을 최초로 쓰는 의사도, 마지막까지 쓰는 의사도 되지 말라”는 말이다. 그가 의대 시절 약리학 첫 수업에서 교수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 말은 그때부터 이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의 신조가 됐다. 약을 ‘최초로 쓰는 의사’는 남보다 앞선 치료를 구사하는 의사를 말한다. 검증이 덜 된 치료를 환자에게 적용한다는 의미다. 위험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마지막까지 쓰는 의사’는 새로운 치료법 적용에 소극적인 것을 뜻한다. 최신 의료의 습득을 게을리한다는 얘기다.



 은사의 말씀은 이 교수의 진료에 그대로 투영됐다. 철저히 검증된 치료나 처방·진단법만 환자에게 적용한다. 치료는 단계별로 진행한다. 원인에 맞는 치료를 우선 적용하되, 효과를 보이지 않을 때 다음 단계를 밟는다. 당연히 과잉진료는 줄 수밖에 없다. 이 교수가 추구하는 것은 화려함보다는 신뢰다.



국내 축구 여성 팀닥터 1호



이 교수의 의술은 진료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최근 5년간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자축구대표팀 주치의를 맡은 바 있다.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여자 챔피언십 대회,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U-17 월드컵에 연이어 팀닥터로 활동했다.



 축구에서 여성 팀닥터가 기용된 것은 이 교수가 국내 최초다. 유독 선수층이 엷은 탓에 선수들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이 팀닥터의 목표였다. 이 교수의 노력과 성과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표팀은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이태임 교수가 말하는 재활치료 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뇌신경 손상되면 재활 어렵다? No! 완전 회복 사례 있어요



Q 재활의학과는 손쓸 수 없을 때 가는 곳?



X
“더 이상 손쓸 게 없을 때 가는 과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진정한 재활치료는 되도록 일찍 시작해야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근육이 위축되고 작아져 나중엔 회복도 오래 걸리고 결과도 좋지 않다. 뇌졸중도 신경학적 상태가 멈추면 바로 재활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Q 뇌신경은 손상되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X “뇌 신경도 살아날 수 있다. 한번 마비됐다고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활치료로 살아날 여지가 있다. 뇌졸중으로 오른쪽 팔이 마비됐는데도 원상태로 회복되기도 한다. 환자는 수의사였고 예전처럼 다시 수술도 할 수 있게 됐다.”



Q 마음가짐이 치료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



X
“치료 시 긍정적인 마음이 치료 결과와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있으면 똑같은 수준으로 좋아져도 그만큼 만족도가 떨어진다. 근골격계 질환 치료와 만성통증 조절에 심리치료 상담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긍정적인 생각은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의 재활에 도움이 된다.”



Q 자세와 질환, 실제로는 큰 영향은 없다?



X
“재활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른 자세와 운동요법이다. 올바른 자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올바른 자세는 생각하는 것 이상의 힘이 있다. 자세에 따라 병을 만들기도 하고 병을 낫게도 한다.”



Q 기능성 신발을 신으면 발이 건강해진다?



“기능성 신발이 다른 신발보다 발 건강에 좋은 것은 맞다. 하지만 신발 종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 사이즈에 맞는 것이다. 발 질환은 신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발 길이뿐 아니라 볼도 맞아야 한다. 신발을 신고 발등을 만졌을 때 살짝 접히는 정도의 공간이 있는 것이 좋다.”



Q 근육 손상 시 운동은 가급적 하지 마라?



X
“손상이 있으면 아프니까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다. 근육이 쉬면 약해지고 관절이 굳는다. 상태는 더욱 악화한다. 해당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단, 잘못된 운동을 하면 아프지 않은 다른 근육을 사용하거나 질환을 악화시킨다. 올바른 자세의 통제된 운동을 해야 한다.”





이태임 교수 이력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바로 분당제생병원 개원 멤버로 참여해 지금까지 재활의학과를 이끌고 있다. 세부 분야인 전기진단학·스포츠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특히 전기진단학은 미국 전문의 자격이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대 부속 뉴욕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 연수를 통해 의학적 견문을 넓혔다. 국내외 재활의학 관련 주요 학회에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저술한 『신경근골격초음파』를 비롯해 『재활의학』



『스포츠 손상과 재활치료』 『소아재활의학』 네 권의 저서가 있으며 근골격계 질환, 스포츠의학 관련 해외 서적 다섯 권을 번역 출간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