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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대북 삐라 살포 놓고임진각서 온종일 남남 갈등

중앙선데이 2014.10.26 00:03 398호 1면 지면보기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 버스가 25일 파주 임진각으로 진입하다 진보단체 회원과 파주시민들에게 저지당했다. 경찰이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버스를 둘러싸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 중 일부는 이날 저녁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의 한 야산으로 이동해 대북전단 2만여 장을 북으로 날려 보냈다. [로이터=뉴스1]
임진각에서의 대북전단 살포가 무산됐다. 25일 오후 대북전단보내기 국민연합 회원들이 임진각에서 날릴 예정이던 대북전단 풍선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뜨지 못했다. 찬반으로 나뉜 양측은 오후 내내 극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소규모 전단 살포는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과 보수단체 회원 네댓 명이 김포로 옮겨가 2만여 장을 살포한 것이다. 남측에서 대북전단을 보낸 것은 지난 10일 북측의 풍선 총격 이후 보름 만이다.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남남(南南)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파주 임진각에서는 풍선을 날리려는 이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지역주민들이 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며칠 전 북측의 총격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트랙터 10여 대를 끌고 왔다. 진보 시민단체에서도 수백 명이 나와 전날부터 천막을 치고 대기했다. 이들은 “주민 생존권을 무시하는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오전 11시쯤 보수단체 회원 40여 명이 임진각에 도착했다.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 10만 장이 풍선에 담겨 있었다. 양측은 서로 달걀과 물병을 던지며 맞부딪쳤다. 일부 반대파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타고 온 버스에 올라 풍선을 칼로 찢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오후 들어 충돌은 더 심해졌다. 보수단체 회원 일부가 서울에서 다시 풍선을 가지고 나타났고 임진각 망배단 대신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위치를 틀었다. 이곳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충돌이 있었다. 그 사이 박상학 대표와 회원 일부는 김포 월곶면 일대로 옮겨가 전단 풍선을 띄웠다.

박 대표는 “이날 현장에 지역 주민은 없었고 종북단체 회원들이 주민인 척하며 대치했다”며 “폭력과 공갈 협박을 일삼는 종북단체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미리 공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전단 살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 및 애기봉 등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대표인 이적 목사는 “종북 세력이 아니라 국민들이 와서 반대한 것”이라며 “대북 전단 살포로 남남 갈등이 일어나는 건 민족의 손해라고 본다. 정부가 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 일대에서 전단 일부가 살포된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막을 만큼 막았다. 북측에서 총만 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이 임진각 일대에서 진행된 상황을 보도하면서 “경찰이 전단 살포 망동을 저지시키진 않고 오히려 진보단체 구성원들의 투쟁을 가로막았다”고 남한 정부를 비판했다. 북한은 앞서 23일 “끝내 전단을 살포하면 북남 관계가 회복 불능의 파국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고위급 접촉 대표단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상대를 자극하는 도발행위를 막기 위해 책임적 조치를 취하면 2차 북남 고위급접촉은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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