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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 넘은 집회 소음에 국민은 피곤하다

중앙선데이 2014.10.26 00:04 398호 2면 지면보기
집회 소음에 대한 정부 통제가 강해졌다. 25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의 간접고용 노동자 결의대회 현장에는 ‘소음관리’라는 문구가 적힌 경찰 차량이 등장했다. 같은 글귀가 새겨진 복장을 한 경찰관들도 배치됐다.

 지난 21일 발효된 개정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른 경찰의 대응이다. 새 시행령은 거리·광장에서의 최대 소음 허용 한도를 낮에는 80㏈(데시벨)에서 75㏈로, 야간에는 70㏈에서 65㏈로 낮췄다. 80㏈은 시속 70㎞로 달리는 대형 트럭이 내는 크기쯤의 소리다. 75㏈은 옆 사람과의 대화가 어렵게 느낄 때 정도의 지하철 내부 소음 수준이다.

 개정 시행령 발효와 동시에 경찰청은 소음 규제 실행 방안도 내놓았다. 기준을 넘기는 집회·시위에는 소리를 줄이라고 권고하고, 이에 불응하면 앰프나 확성기를 압수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 서울에서만 244명이 전담 인력으로 배정됐다.

 경찰의 강제력 발동 계획에는 법을 규정대로 적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집시법 14조에는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그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를 명하거나 확성기 등의 일시 보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8월 취임사에서 “기준 소음 초과 등의 불법행위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집회를 자주 하는 일부 단체는 소음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그리 높은 기준은 아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낮의 소음 발생 허용 한도가 65㏈이다. 독일에서는 69㏈이 최대 허용치다.

 우리 사회에는 큰 소리로 외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크게 외치는 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당한 방법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다른 사람의 삶을 방해할 권리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 소리를 지른다고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주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굉음에 눈살 찌푸리는 것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과연 도움이 되겠는가.

 25일 광화문 집회장의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도 기준치를 넘었다. 경찰이 줄일 것을 권고했으나 소용없었다. 지금은 계도기간이라 강제 조치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향후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마찰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지금까지 곳곳이 ‘소음 무법천지’가 된 데는 공권력의 물렁한 대응도 일조를 해왔다. 이번에는 경찰이 확고한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국민에게는 일과 휴식에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안 그래도 피곤하고 지친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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