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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개헌 반대 청와대 말 따르면 유정회와 뭐가 다른가

중앙선데이 2014.10.26 00:16 398호 3면 지면보기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도 여당 의원 시절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운 끝에 뜻을 관철했다”며 “대통령은 여당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하며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여야 의원 155명이 참여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고문인 이재오 (69·5선·은평을) 새누리당 의원은 대표적인 개헌 전도사다.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 언급하자 이 의원은 “개헌을 미룰수록 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개헌 놓고 대립 치닫는 정치권] 새누리당‘개헌전도사’ 이재오 의원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론이 봇물을 이룰 것”이란 발언을 한 김무성 당 대표의 방중에도 동행했다. 김 대표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들고 나온 것도 분권형 개헌을 주장해온 이 의원과의 교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

-김 대표가 개헌론을 언급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당 대표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했겠나. 김 대표는 2010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개헌을 주장해 왔고, 최근에도 ‘정기국회 끝나면 개헌에 착수하자’고 해온 사람이다. 국회 의석(300석)의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개헌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 231명이 개헌에 찬성하는 걸로 나온다. 개헌 정족수인 의석 3분의 2(200명)를 훨씬 넘는 의원들이 개헌론자라는 보도를 김 대표가 모르고 있었겠나.”

-그러나 박 대통령은 개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에 대해선 입을 일절 닫겠다”고 했다.
“개헌을 오늘 당장 하자는 게 아니다. 공청회를 열어 국민의 여론을 들어야 하고, 선진국들의 개헌 사례도 모아야 한다. 지금은 국회에서 그런 작업을 할 특위를 구성할 때란 주장일 뿐이다. 개헌안 발의부터 국민투표까지는 반년에서 1년까지 걸릴 수 있다. 의원들이 하던 일을 제쳐두고 개헌에 매달리란 얘기가 아니다.”

-김 대표는 ‘특위 구성도 정기국회 이후에나 고려해볼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한데.
“개헌 추진 의원 모임에서 특위를 만들자는 결의안을 국회 운영위에 제출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김 대표가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나 여야가 합의한 특위 구성 요구 자체를 여당 지도부가 막을 순 없다.”

-그렇다면 특위는 언제 발족할 수 있나.
“27일 국감이 끝나고 대정부 질문과 본회의 일정이 잡히는 대로 국회 운영위에 특위 발족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특위가 발족하면 정기국회 뒤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에 국민투표로 개헌을 할 수 있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개헌을 해야 다음 총선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청와대는 특위 구성조차 반대하는 입장 아닌가.
“여당이 청와대 말을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면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을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의원의 3분의 1을 임명했던 유신 시절의) 유정회처럼 되는 거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부터 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여당 대표니까 대통령이 한마디 하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었을 거다. 여당이 청와대와 갈등이 있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청와대가 그걸 인정하지 않고 찍어 누르는 거다. 그러면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뿐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분산시키는 개헌을 의원들이 추진할 동력이 있나. 국민이 납득하겠나.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표피적인 얘기다. 국회가 불신받는 진짜 원인은 현행 헌법에 따른 제왕적 대통령제다. 여당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야당은 다음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여당과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또 여당이 청와대 말을 안 들으면 ‘당·청 갈등’이라며 난리를 치니 청와대 2중대가 되는 거다.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고치기 위해 대통령과 내각의 권한을 나누자는 게 개헌의 참뜻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만 존재하고, 행정부 수반은 (의원으로 구성된) 내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권력이 분권화되면 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져 당·청 갈등이란 말 자체가 사라진다. 야당 의원들도 대통령이 되려고 임기 4년 내내 목숨 걸고 싸울 이유가 없어진다. 이렇게 여야 갈등이 없어지면 국회가 생산적으로 돌아가고, 신뢰도 자연히 회복된다.”

-여야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폐단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원인이니 개헌에 앞서 선거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선거법은 의원 개개인의 이해가 달려 있어 그러기 어렵다. 개헌을 통해 합의적 민주주의 절차를 마련하면 중·대선거구제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김 대표가 개헌의 방향으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다. 동의하나.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내각의 권한이 각각 5대 5다. 그러나 우리는 분단국가이므로 통일과 외교안보 같은 나라의 총체적 권한은 대통령에게 가는 게 맞다. 그래서 국민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거다. 비율로 따지면 대통령 권한이 내각보다 조금 더 많은 구조다.”

-우리나라는 두 개의 권력이 공존하기 어렵지 않나. 어떤 사안을 놓고 대통령은 반대, 총리는 찬성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문제를 막기 위해 헌법 조문에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분명하게 나눠 규정할 거다. 또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있으면 국무회의를 통해 몇 달이 걸리든 합의를 끌어내면 된다. 무슨 일이든 최악을 전제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개헌안을 놓고 김무성 대표와 교감이 있었나.
“꼭 나와 얘기했다기보다는 본인도 정치하는 사람이라 이원집정부제가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닐까. 우리는 둘 다 5선이고, 국회 입성 동기다. 눈만 보면 뭘 말하는지 아는 사이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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