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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이양, 안보 상황 아닌 시간에 맞추는 건 난센스

중앙선데이 2014.10.26 01:03 398호 7면 지면보기
한·미 외교ㆍ국방장관회의가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양국은 “한·미 연례안보협의에서 합의된 조건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신화=뉴시스]
김춘식 기자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연기됐다. 한국과 미국은 23일 특정 시한을 정하지 않고 일정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한국으로 이양하는 데 합의했다. 전환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능력 등이다.

[전문가 대담] 전작권 전환 연기 어떻게 봐야 하나

 이를 두고 ‘우리의 안보 현실을 고려한 적절한 결정’이라거나 ‘군사주권 포기’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전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킬 체인(Kill Chain·선제타격 시스템)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조기 구축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용산과 경기도 동두천의 미군기지 이전 부지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여 반발이 만만찮다. 25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과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워크 대표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시기를 못박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고 봐야 하나.
 ▶임관빈=전작권이 누구에게 있는 게 나라를 지키는 데 효율적인가 하는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월 며칠 부로 하자, 이걸 먼저 정해놓고 이양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 사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예상과는 달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혀 관리되지 않고 오히려 심각하게 발전했다. 북한의 리더십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대 중국의 손자(孫子)는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적이 공격해도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믿어야 한다.
 ▶홍성민=전작권 논의와 관련돼 군에 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다. 안보를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지금 같은 문민통제하에서는 국가에 가해지는 위협을 분석해서 대비하고 전략적 지침을 내려주는 1차적 책임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롯, 국회 등 국민 대표자들에게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군사문제 전문가들의 제언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도를 일시 중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북한의 핵실험 등 군사적 상황을 무시하고 전작권을 돌려받기로 했다. 이는 정치적 접근의 결과라고 판단된다. 당시에도 군 관계자들 중에는 시간이 아닌 상황개념에 따른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전작권을 돌려받지 않는 것은 군사주권 포기라는 지적이 있다.
 ▶홍=전작권이 일시적으로 연합사령관에게 있다고 우리의 군통수권이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군사주권이 없다면 우리가 미국과 전작권 전환 협상을 벌일 수도 없다. 정말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되찾아오면 된다. 게다가 미국은 전작권을 넘겨주겠다고 이미 합의까지 했다.
 ▶임=야구의 구단주와 감독 관계를 보자. 선수 선발과 감독 선임 등은 구단주가 결정한다. 경기에서 선수들을 기용하고 작전을 내리는 권한은 감독에게 위임된다. 이처럼 전작권은 전시에 누가 작전을 지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가를 판단해 제한적으로 위임하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은 실제로 완전한 군통수권 행사를 하고 있다. 전작권이 연합사령관에게 있다고 하더라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양국 국가원수와 장관의 지침을 받는다. 작전권 위임을 군사주권 포기라고 과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도 아이젠하워 연합사령관이 작전권을 갖고 지휘했다.

 -전환 연기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한가.
 ▶임=전작권 전환 시기 등은 법적으로 정부에 위임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이보다 작은 사안인 경우도 항상 국회에 보고하고 협의한다. 연기 문제가 외국과의 협상 사항이라 사전에 노출될 우려 때문에 정부가 관련 당국과 협의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홍=역사적으로도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과 작전통제권 전환, 94년 정전 시 작전통제권 전환 등 합의가 국무회의 심의로 결정됐다. 물론 헌법 60조에 따라 비준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미 국회 비준을 받은 연합토지관리협정(LPP)과 용산기지이전협정(YRP)의 내용 변동이 이에 해당한다면 법에 따라 진행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기 합의가 지나치게 군사적인 면만 고려한 것은 아닌가.
 ▶홍=통일과 외교·국방 정책은 구분돼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국방의 문제를 다른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임=글자 그대로 작전통제와 관련된 군사적인 문제다.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비약해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기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은 안 된다. 그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와 통수권자가 할 일이다. 서독은 통일 직전까지 동독보다 3~4배 강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통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작권 전환 결정 시 한반도뿐 아니라 역내 안보환경까지 고려하기로 한 것은 지나치게 미국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 아닌가.
 ▶임=전작권 전환 연기는 순수하게 한·미 간 군사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 입각해 있다. 근본적으로는 역내 환경이라도 한반도의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일 때 고려한다는 것이라고 본다. 동북아의 정치적 환경에 따라 전환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홍=이전 정부들에서 안보전략의 대전제는 ‘북한은 경제난으로 전면전을 감행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2015 통일대전’을 선언했고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그동안 세 차례의 핵실험과 다섯 차례의 미사일 실험을 했다. 병력과 군사력을 휴전선 쪽에 전진배치했다. 보병사단을 60개에서 90개로, 특수전 부대병력을 3만에서 20만으로 늘렸다. 동북아에선 중국의 군사정책이 명확히 변했다. 태평양과 인도양에서의 공군·해군력을 대폭 확대했다. 이런 실질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킬 체인과 KAMD 구축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고 한다.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이러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을 적극 마련하는 데 앞장선 것은 전작권 전환을 결정한 노 전 대통령이다. 이후 다시 예산이 줄어 대비 속도가 오히려 늦춰졌다.
 ▶임=군사적 대응능력은 적의 상황에 맞춰야 한다. 적이 강해지면 거기에 따라 방어력을 더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작권 전환과 관계없이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정보 능력이 특히 약하다. 미국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했다. 미국의 능력을 이용할 건 하지만 독자적인 정보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유사시 미국 전력이 한국에 도착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니까 그전에 어떻게 하든 대응해야 한다. 적의 공격 징후가 명백하면 타격해야 한다. 결국은 돈이 문제다. 우리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다. 3% 이상 돼야 대응 능력을 지닐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지연으로 군의 자주국방 태세가 해이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임=기우다. 전작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작전의 효율성을 따지는 문제일 뿐이다.
 ▶홍=군으로서는 전작권을 최대한 조속히 가져와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단지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힘이 약해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연기해주는 대가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을까.
 ▶홍=반대로 전작권을 환수할 때 드는 비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럴 경우 연기할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다. 미국의 직접 국방비는 우리나라 예산의 2배인 600조원, 우주개발 등 관련 예산까지 합하면 1000조원에 달한다. 한·미 동맹과 연합사 운영으로 절감되는 우리의 국방비용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국가의 핵심은 민생과 군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도 이제는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핵 공격은 미사일로 막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미국의 전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국제정치 등을 고려해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국방비 지출을 군이 혼자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다. 국회가 관리하고 감사원이 지켜보고 있어 한 푼을 써도 명백하게 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액 조정이나 고가 무기 도입 등은 별도의 채널에 따라 협상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이번 합의가 동북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임=북한은 자체 전략의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 중국도 한·미 동맹관계를 인정한다. 그 안에서 작전통제권을 누가 가질 것이냐 하는 문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국제정치학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보다 더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한국의 800㎞ 사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도 일본이나 중국은 문제 삼지 않았다.
 ▶홍=역내에서 군사 문제를 주도하는 것은 북한임이 다 드러났다. 중국은 한반도 내의 전쟁 억제 역할을 하는 한·미 동맹과 연합사를 인정해왔다. 전작권은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왔다갔다 하는 것일 뿐이다. 전작권이 동북아 질서나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용산과 동두천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주민들과 지자체 반발이 크다.
 ▶임=계획 변경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지자체의 발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이익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홍=접적지역인 동두천의 개발이 오랫동안 지연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 문제는 당연히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국가 전체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워크 대표. 조성태(전 국방부 장관) 전 의원 보좌관, 안보경영연구원 대외협력실장, 국방저널 디앤디 포커스 대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국방대 총장, 육군 참모차장. 현재 지상군연구소장, 합동군사대 명예교수, 숙명여대 객원교수.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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