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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중국’ 내세워 국가 시스템 현대화·제도화 박차

중앙선데이 2014.10.26 01:16 398호 10면 지면보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 4중전회가 지난 20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이번 4중전회의 주제는 법치를 강조한 ‘의법치국’이었다. 부패척결 및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사진은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거수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 [신화=뉴시스]
김춘식 기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23일 폐막했다.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렸던 4중전회의 주제는 ‘의법치국(依法治國)’이었다. 법에 따른 국가통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그 목표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법치체계와 사회주의 법치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드라이브를 걸어온 부패척결 및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평가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불평등과 부패 등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법치를 통해 시스템화된 국가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시 주석의 리더십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문제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과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를 24일 만나 이번 4중전회의 의미와 향후 중국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의법치국(依法治國)’ 강조한 4중전회 폐막 … 전문가 진단은

 -4중전회에 대한 평가는.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시 주석은 집권 이후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는 이른바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의 실현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0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다. 또 시 주석에겐 집권 2기의 최절정기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4중전회는 중장기적인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장(場)이었다. 시 주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국가의 운영 시스템을 어떻게 현대화·제도화할 것이냐는 문제다. 사실 의법치국이란 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에 이미 등장했다. 이번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자신이 주도하는 개혁 및 부패 척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성장의 파생물인 부패와 특권 남용 문제를 좀 더 제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시진핑 체제는 이전 정부와 차별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부터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는 경제발전을 통해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경제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회적 요구사항도 다원화됐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시 주석은 경제발전 외에도 민생안정과 부패척결을 앞세웠다. 특히 부패척결에서 정당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법치라고 인식한 것이다. 이럴 경우 제도적 장치에 의한 안정성을 보장받는 통치행위를 강화함으로써 시 주석 개인의 체제 강화나 권력투쟁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4중전회에서 이런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시 주석이 주장하는 ‘신발론’과도 맥을 같이한다. 신발론은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이 있듯 민주주의도 각국의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4중전회도 중국식 민주주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의 체제 강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희옥=이와 관련, 최근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공안·법원·검찰·정보기관 등을 관할하는 당 중앙정법위가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의 부패사건을 계기로 시 주석은 직접 정법위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법치국이 강조되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시 주석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 일부 당 지도부 교체도 시 주석의 친정체제 강화라고 볼 수 있다.
 ▶이동률=시진핑 시대 초기에는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7명이 권력을 분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 주석의 권력은 대폭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중앙국가안전위원회와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가 중국의 막강한 권력기구로 등장했다. 이미 시 주석은 충분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패의 온상으로 비난받았던 지방 정법위 역할 축소 등을 추진하는 것을 볼 때 법치를 강화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구상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보다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의법치국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희옥=4중전회 이후 중국에선 ‘즈뱌오(治表)’와 ‘즈번(治本)’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즈뱌오는 병의 근원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증상만을 완화시킨다는 의미다. 반면 즈번은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부패척결이 즈뱌오였다면 앞으로는 즈번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럴 경우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다. 중국은 부정부패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부패척결은 기업 외에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의법치국을 강조한 것은 이런 효과를 노린 측면도 강하다.
 ▶이동률=중국의 과제 중 하나는 어떻게 수출에서 내수시장으로 경제를 연착륙시키느냐다. 기득권 세력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지나친 부패척결 정책이 내수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중국 지도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언제쯤 부패척결 드라이브를 마무리하고 내수시장 성장에 초점을 맞추느냐 하는 문제다. 그동안 경제성장은 공산당 체제 유지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에 공산당이 과연 언제까지 부패척결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4중전회에서도 홍콩시위 사태가 언급됐다. 향후 중국 정부의 대응 전망은.
 ▶이희옥=홍콩은 기본적으로 서구와 중국의 제도가 혼합돼 있는 곳이다.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의 만족을 확대하는 정책보다는 불만족을 줄여가는 정책을 쓸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엔 아직 여유가 있다. 홍콩 사태가 중국의 부상 이후 발생했기에 서방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홍콩 문제 개입을 내정간섭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이동률=홍콩 문제는 행정장관 직선제 논란으로 촉발됐지만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 대단히 복잡하다. 실업문제 등으로 인해 홍콩 시민들은 활력을 잃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런 불만들이 혼합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시위를 강경 진압할 경우 그 불씨가 국제사회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안문 사태가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중전회 제4차 중국 공산당 중앙전체회의를 말한다. 이 회의에는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에서 선출된 당 중앙위원들이 참석한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함께 공산당의 3대 정치행사다. 당 중앙위원회는 공산당을 대표하는 최고 권력기구다. 1중전회에서는 당 간부를, 2중전회에서는 국가주석과 총리 인선안을 의결한다. 3중전회에서는 지도부 5년 임기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4중전회에서는 당의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한다. 보통 임기 5년중에 7중전회까지 열린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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