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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 샌드위치 탈출 전략은 ‘Fast & First’

중앙선데이 2014.10.26 01:27 398호 11면 지면보기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한·중·일 산업협력 국제 세미나. 신인섭 기자
‘패스트, 그리고 퍼스트(Fast&First).’

‘동아시아 산업, 충돌인가 협력인가’ 국제 세미나

 2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동아시아 산업 충돌인가 협력인가’ 주제의 국제 세미나에서 제시된 한국 제조업 위기의 돌파 방안이다. “일본·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피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일본을 빠르게(fast) 추격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선도자(first) 입지를 지킬 수 있다’는 전략적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앙일보와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고 한·중우호협회(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동아시아의 분업과 경쟁’을 놓고 한·중·일 전문가들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세미나는 한국 제조업의 현황 진단에서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안현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철강·디스플레이·조선 등 주요 수출 품목의 마이너스 성장이 굳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의 조립완성품, 일본의 부품·소재·장비에 낀 ‘산업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등은 아니어도 좋지만 빠른 추격(fast-follow)으로 ‘첫 번째 2등’은 돼야 한다”며 “동시에 중국의 추격으로부터 산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키기 전략’의 방안으로 ▶잠재적 신생 경쟁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융합 및 동반 국제화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에 대한 민첩한 적응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애플과 샤오미에 둘러싸인 삼성에 대해 “가전·IT·통신 등 다양한 제품 간 연결성과 호환성을 극대화한 ‘범위의 장벽’으로 애플에 맞서야 한다”며 “샤오미에 대해서는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어의 장벽’을 쌓으라”고 주문했다.

 중국의 기술추격 대비책으로 일본식 ‘기술 블랙박스 전략’도 제시됐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기업은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정도로 중국에 빨려든 데 반해 일본은 국가가 나서 핵심 기술 유출을 엄격히 통제(기술 블랙박스 전략)하는 등 신중한 입장이었다”며 “덕택에 일본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 쇼크’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功)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대만과의 합작을 통한 ‘일본-대만 얼라이언스’, 중국과 함께 캄보디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에 동시 투자하는 ‘중국+1’ 전략 등 도 차이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힘이었다”고 일본 기업의 경험을 들었다.

 기업 내 경쟁 요소를 특화시켜 차별화 공간을 모색해야 한다는 ‘협력의 매트릭스’ 모델도 300여 참석자의 호응을 얻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경쟁력은 ‘누가 좋은 완성품을 생산(output)하느냐’보다 ‘누가 생산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서비스를 투입(input)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정부는 각 기업이 투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거시·미시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래 전략은 한국에 기회보다 위협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독일과 경쟁하고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에서는 미국·영국과 경쟁하는 구도를 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중·일이 추진 중인 신성장동력 육성전략은 많은 분야가 중첩되는 양상이므로 경쟁에서 패배할 경우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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