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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웰빙가에선] 식스팩 만들기의 함정

중앙선데이 2014.10.26 02:36 398호 22면 지면보기
우리 비만클리닉에서 체중조절을 하던 30대 남성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주치의인 나를 만날 때마다 회식·야근·결혼식·워크숍·출장 등 갖은 핑계로 본인의 체중이 90㎏에서 멈춰 선 이유를 설명했다. 한 3개월쯤 지나 다시 나타났는데, 놀랍게도 20㎏ 이상 빠져 있었다. 매일 닭가슴살 도시락, 쉴 새 없이 윗몸 일으키기, 자전거 타고 출퇴근, 주말에 세 시간 이상 등산. 그가 자랑스레 털어놓은 체중감량의 비법이었다.

원인을 물어보니 쑥스러워하다가 한참 만에 꺼낸 답은 “여자 친구가 생겼다. 몸짱 복근을 보여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불과 3개월 만에 급(急)감량한 것이 나는 내심 불안했지만 “유지가 중요하니 더 노력하라”고 격려했다.

2개월 후 그는 예전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자 친구와 헤어졌고 직장을 옮기면서 야근·회식이 많아졌다고 했다. 참으로 강한 사랑의 힘이라며 둘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비만치료를 하다 보면 단기간에 많은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만사를 제쳐두고 체중감량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면 단기 체중감량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체중도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체중이 약간 줄어든다 싶으면 자꾸 예전 체중으로 돌아가려 든다.

일러스트 강일구
내 경험상 빠른 감량을 원할수록 실패 확률이 높다. 비만은 감기처럼 일정기간 치료하면 사라지는 병이 아니라 고혈압·당뇨병같이 평생을 조절하면서 치료해야 하는 질병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중년에도 탄력 있는 몸매를 대중에 보여주기 위해 하루 서너 시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조절된 식단을 수년간 지속하고 있다는 어느 여배우와 같은 삶을 모두가 살 수는 없다. 정글 같은 직장, 집안일과 육아에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현실 속의 우리들이다. 그러기에 나는 환자들에게 욕심을 부려 반짝 줄여볼 생각을 갖기보다 생활 속에서 평생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방학 동안 자녀 살을 빼주겠다고 결심한 엄마들에겐 방학 기간에 열심히 할 운동을 찾아주고 개학이 다가오면 공교육·사교육 스케줄 속에서 어떻게 좀 더 움직이게 만들지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두라고 충고한다. 회식과 야근이 잦은 직장인에겐 닭가슴살 도시락만이 능사가 아니라 회식자리에서 현명하게 음식 골라먹는 법을 가르쳐준다. 운동할 시간이 없을 때 좀 더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최근 단순히 체중감량이 아니라 몸 만들기를 함께하고 싶어 안달 난 남성이 많아졌다. 하지만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식스팩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근력운동을 하다 허리를 다쳐 운동을 못하고 쉬고 있었다. 비만치료에선 근육량만 늘리기보다는 우선 지방을 태워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온몸의 근육을 움직이는 유산소 운동이 필수적이다. 유산소 운동은 생략한 채 비만한 사람이 복근을 만들겠다며 윗몸 일으키기만 하거나 날씬한 허리를 갖겠다며 허리에 진통벨트를 두르는 것은 대부분 허사로 끝난다. 비만한 사람이 몸 만들기에 도전한다면 먼저 유산소 운동을 중점적으로 해 지방을 줄이면서 근력운동을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 이 또한 꾸준히 하지 않으면 배에 새겨진 왕(王)자가 곧 삼(三)자로 변한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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