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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볼라 대책 ‘5무 1유’ … 예방에 더 힘써야

중앙선데이 2014.10.26 02:38 398호 22면 지면보기
에볼라 환자 발생으로 미국 뉴욕이 비상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의심환자와 접촉한 후 귀국한 모든 의료진과 여행객들에 대해 에볼라의 최대 잠복기인 21일간 의무격리 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뉴욕까지 상륙한 에볼라 공포

이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의료 활동을 한 뒤 뉴욕으로 돌아온 미국인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33)가 전날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후 내려진 조치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의료원(NMC) 이종복 진료부원장은 “국내에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투입될 NMC 감염내과 소속 간호사 4명이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사표를 제출한 간호사 4명은 지난 8일 에볼라 감염이 의심되는 시에라리온 국적의 17개월 남아 환자를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남아는 고열 증세로 NMC에 입원, 에볼라 감염 검사를 받았지만 에볼라 환자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NMC는 23일 “사직서 제출은 병동 업무 특성상 지난 수개월간 심리적·육체적 피로 누적 등 일신상의 사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에볼라 의심 환자가 고열을 보인 경우
만약 국내에 입국한 에볼라 의심 환자가 열이 나서 병원을 찾아갔다면.
입국 당시엔 고열·출혈 등 에볼라 증상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므로 항공기 안이나 공항 등에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은 거의 없다. 에볼라는 증상이 나타난 뒤 타인에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났겠지만 호흡기 전파가 이뤄지진 않는다.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체액 등을 직접 만져야 옮겨지므로 병원의 의료진·행정 인력 등의 감염 확률도 매우 낮다.

그러나 만약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출혈 상태로 병원에 갔다면. 그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환자 간호나 이송을 위해 접촉한 가족·의료인 등의 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의 출혈에 대처하기 위해 애쓰다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노출된 의료인의 감염 위험성이 있다.

에볼라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상태는 5무(無)1유(有)로 요약된다.

에볼라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 이를 수용할 전문 격리 병상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1무(一無)다.

국립암센터 기모란(예방의학) 박사는 “국내엔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이 17곳 있지만 인플루엔자 같은 호흡기 감염병을 가정해 만든 시설”이며 “에볼라처럼 혈액·체액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를 고려해 격리병상에서 환자의 혈액·체액 등 모든 가검물을 검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병상은 없다”고 지적했다. 기 박사는 “에볼라 환자의 가검물이 환자의 격리 병상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에선 환자의 가검물을 격리 병상 밖으로 보내 검사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환자를 한 공간에 격리시킨 뒤 여기서 치료·검사가 함께 이뤄진다. 우주복 같은 감염방호복을 입은 의사와 검사 전문가가 같은 공간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각종 검사를 실시한다. 이때 의료진과 검사 인력은 감염방호복에 달린 공기 튜브를 통해 외부 공기만으로 호흡한다.

국립대 병원장들, 확산 방지책 제시 못해
2무(二無)는 에볼라 환자를 치료해야 할 격리 병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등 ‘눈 가리고 아옹’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서울대병원장 등 국립대병원장들에게 에볼라 국내 유입 시 확산 방지대책과 에볼라 환자 격리병실 운영 현황을 물었다. 이에 병원장들은 누구도 속 시원한 확산 방지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경우 이를 취급할 전문 실험실이 없다는 것이 3무(三無)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가장 높은 단계인 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 4·BL4) 실험실에서만 다뤄야 하는 병원체다. 병원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BL4 실험실은 별도 설계된 독립 건물로 짓도록 돼 있다. 샤워실이 반드시 필요하고 방호복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국내엔 BL4 실험실이 없다. 이르면 다음달 충북 오송에 BL4 실험실이 완공될 예정이지만 주변에 격리 병상을 운영 중인 병원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에볼라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4무(四無).

기 박사는 “대중이 병을 잘 모르고 두려움만 가진다면 방역이 힘들다”며 “모든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솔직하게 알리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바닥난 에볼라 치료제 ‘ZMapp’
5무(五無)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안고 있는 문제로 에볼라 치료제와 예방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하에 ‘ZMapp’이란 약이 에볼라 환자에게 투여됐지만 대량 생산이 힘들고 효과가 들쑥날쑥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ZMapp을 접종한 미국인 환자는 에볼라에서 벗어났지만 스페인 신부와 라이베리아 환자는 숨졌다. 게다가 호주산(産) 담배 잎을 유전자 변형시켜 만든 ZMapp은 이미 바닥났다.

1유(一有)는 국내에서 에볼라를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진단검사를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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