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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도 젊은 오빠들도, 롤 맡는 재미에 ‘롤’ 바람났네

중앙선데이 2014.10.26 02:43 398호 23면 지면보기
용산 e스포츠스타디움에서 열린 ‘HOT6 롤 챔피언스 서머 2014’ 경기장 모습. LoL은 게임을 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이를 보는 이들에게도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4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축구를 보러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대회 결승전을 찾아온 관중이었다.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돼 인터넷 예매부터 일찌감치 매진됐던 경기다. 관중 가운데는 외국인도 끼어 있었다. 결승을 보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어 서울 상암동까지 찾아간 것이다. 도대체 ‘롤드컵’이 무엇인지 중앙SUNDAY가 들여다봤다.

e-스포츠의 대세 ‘리그 오브 레전드’

 ‘롤드컵’은 ‘롤’과 ‘월드컵’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여기서 ‘롤’이 바로 이 기사에서 다룰 게임 이름이다. ‘롤’은 ‘엘오엘(LoL)’ 또는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라고 불리는 게임이다. 미국 ‘라이엇게임즈(Riot Games)’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블리자드(Blizzard)’에서도 게임 제작자를 놓친 걸 아쉬워한다는 입소문이 돌 정도로 대박을 터뜨린 공성전(攻城戰) 게임이다. 텐센트도 라이엇 게임즈에 지분을 투자했다.

 바야흐로 LoL 전성시대다. 지하철이나 버스, 식당,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엘오엘’, ‘롤’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수시로 ‘롤 점검’ ‘롤 전적’과 같은 용어가 오르내린다. 마치 과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모습과 흡사하다. 스타크래프트가 갖고 있던 ‘국민 게임’ 타이틀은 LoL에 넘어간 지 오래다.

 LoL은 10대는 물론 20대, 30대까지 다양한 계층이 즐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2011년 12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후 100일 만에 PC방 점유율 1위를 꿰찼고, 지금까지도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117주째 1위를 달리면서 점유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서비스 초기 0.83%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이제 40%를 가뿐히 넘긴다. PC방을 찾는 이용자 10명 중 4명은 LoL을 즐기는 셈이다.

상대 본진 파괴하는 전투게임
LoL은 다양한 게임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복합 장르다. 간단히 설명하면 5대 5로 팀을 나눠, 상대의 본진을 파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다섯 명의 이용자가 팀을 이뤄 상대 팀 구성원들과 실력을 겨루고, 이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성장 과정에서 획득한 재화로 장비를 구입해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팀 안에서도 각자 역할을 나눠 갖는다.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LoL의 전장엔 세 개의 공격로가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정글’로 불리는 구역이 따로 있다. 다섯 명이 각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장소가 바로 이 정글이다. 정글 위 지역을 담당하는 상단, 정글에서 성장하며 공격로에 선 아군을 지원하는 정글러, 중앙 공격로를 책임지는 중단, 원거리 공격으로 전투의 핵심 역할을 하는 원거리 딜러, 원거리 딜러의 성장을 돕고 전투를 지원하는 서포터가 바로 그것이다.

 전투에서의 승리를 통해 상대를 몰아세우고, 방어 시설을 철거해 나가면서 최종 건물을 파괴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캐릭터도 121종이나 된다. 제각기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으니 어떻게 팀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게임이 된다.

League of Legend의 캐릭터들.
다섯 명 똘똘 뭉쳐야 승리 확률 높아
게임이 점점 인기를 얻으면서 LoL은 어느새 청소년 문화에도 깊숙하게 자리매김했다. 이 게임을 잘하는 아이가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할 정도란다. 이처럼 중·고생 사이에서 LoL이 인기를 끌다 보니 한 학교에서는 방학을 맞아 발송한 가정통신문에 ‘자녀의 리그오브레전드 플레이를 자제시켜 달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게임의 재미는 차치하고, LoL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협업의 재미와 성취감 때문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각각 역할이 주어지고,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전세가 기운다. 다섯 명이 똘똘 뭉쳐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5대5 전투에서 호흡을 척척 맞춰 승리했을 때 얻는 쾌감은 상당하다. 이를 통한 승리로 얻는 성취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LoL은 하는 것을 떠나 보는 것도 인기다.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이다. 국내에서는 계절마다 대회가 펼쳐지고, 시즌 중에는 게임 전문 채널 ‘온게임넷’을 통해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라는 이름으로 프로게이머들의 경기가 방송된다. 또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경기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꽤 많이 눈에 띈다. 현장을 찾은 학생들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영역의 플레이를 볼 수 있고, 프로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며 자신의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둑 대국을 보면서 수나 호흡을 배운다든가,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레시피를 습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기장에 가면 프로게이머도 직접 볼 수 있지 않나. 야구나 축구를 좋아하면 특정 팀을 응원하게 되고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는 것과 같다. 팬들은 몇몇 LoL 프로게이머를 신처럼 받든다. 스타크래프트 유행기 때 볼 수 있던 현상을 이제는 LoL에서 보게 된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e스포츠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후원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세계적인 음료업체 코카콜라를 비롯해 글로벌 피자 브랜드 파파존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닛산 등 다양한 기업들이 해외 리그 및 팀 후원에 나선 바 있다.

기업들 속속 후원 … 게임단도 운영
국내에서는 SK텔레콤, KT, 삼성전자, CJ 등 대기업들이 직접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축구·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포츠로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매년 가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세계적 규모의 대회를 열고 있다. 이 대회는 한국을 포함해 북미·유럽·중국·대만·남미·러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선발된 팀들이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상금도 크다. 총상금은 약 200만 달러다. 우승팀은 10억원이 조금 넘는 100만 달러를 가져간다. 당연히 경기도 어마어마하게 치열하다. 각 지역을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또 어떻게 조합을 짜느냐에 따라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전략 코치가 따로 있을 정도다.

 LoL은 대세 중 대세다. 모르면 대화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문화 콘텐트가 됐다. LoL 앞에서 롤(Role)이나 롤(Roll)을 이야기했다간 금세 구세대로 몰릴 수도 있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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