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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치밀한 계획하에 설계된 경복궁, 나무 한 그루에도 의미가 숨어 있어

온라인 중앙일보 2014.10.26 00:01



소중 시간탐험대 2기 - 경복궁 답사로 본 조선 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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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국민신탁과 함께하는 소년중앙 시간탐험대(이하 소중 시간탐험대) 2기가 지난 18일 경복궁으로 첫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2기 대원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흔적을 따라가 보게 됩니다.



유교의 사상을 바탕으로 왕도정치(통치자가 덕으로 모범을 보여 백성이 따르게 하는 정치)를 추구한 조선의 정신을 엿보는 코스입니다. 경복궁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5개의 궁궐 중 첫 번째로 완성된 곳이기도 하죠. 소중 시간탐험대 2기는 경복궁의 곳곳을 둘러보며 조선이 건국되던 역사의 현장으로 떠났습니다.





경복궁 입구에서 왕의 사열의식인 ‘첩종’이 열리고 있다.
위화도회군으로 시작된 조선의 건국



600년 전 조선의 가을 하늘도 이토록 맑고 높았을까. 푸른 하늘이 화창하게 펼쳐진 지난 18일 오후, 소중 시간탐험대 2기가 서울 광화문 앞에 모였다. 거대한 담장과 문 옆으로 놓인 해태 조각상이 탐험대의 첫 답사를 축하하는 듯했다.



“이 문을 지나면 조선의 역사가 시작된 경복궁에 들어갈 수 있어요. 담장이 무척 높죠?” 문화유신국민신탁 김진형 연구원이 팔을 들어 광화문 양 옆의 담장을 가리켰다. 광화문의 담장이 높은 이유는 경복궁이 왕의 거처였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침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 다른 궁궐의 담장보다 높게 지은 것이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남문이며, 왕이 드나드는 곳이라 궐문의 형식을 갖춰 웅장하다. 처음 경복궁이 지어질 당시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이 오문(午門)으로 불렸지만, 태조 3년(1395) 정도전에 의해 ‘정문(正門)’으로, 세종 8년(1426)에 광화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으로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마당과 함께 근정전의 우아한 모습이 나타났다. 근정전은 1395년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지어진 건물로, 역대 국왕의 즉위식 등이 거행된 조선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다. 근정전에 있는 마당에는 정1품에서 종9품까지 신하들의 계급을 나타내는 품계석이 세워져 있다. 마당에는 쇠고리가 박혀 있었는데, 원래 경복궁 내에는 위험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쇠붙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곳만은 예외였다. 근정전 앞에서 왕실 행사를 할 때 햇빛을 가리거나 비를 피하기 위한 차양을 치기 위한 고리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근정전의 모든 요소에는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유교적 사상이 깔려 있었다.



태조 이성계는 위화도회군(1388)을 기점으로 권력을 잡고 조선이라는 새 나라를 세웠다. 475년간 지속된 고려에 익숙했던 백성의 정서를 짧은 시간 안에 새 왕조로 돌려야만 했다. 기득권 세력과의 내부 갈등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한양으로 수도를 천도하고 새 궁궐도 지은 것이다.



불교를 중시하던 고려와 달리 조선은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다. 국가의 기틀이 되는 궁궐에는 이런 유교사상의 정수가 반영돼 있어야 했다. 태조와 함께 조선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은 ‘부지런히 정치하라’는 뜻으로 근정전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왕이 부지런해야 백성을 돌볼 수 있다는 민본 정신이 반영된 결과다.





천하를 논하는 곳, 사정전



탐험대는 경복궁의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정면에는 건물 3개가 일정한 형태로 나란히 서 있었다. 왕과 신하가 나라의 중요한 일을 논의하던 ‘사정전’이다. 근정전이 국가의 공식 행사를 치르는 의전용 공간으로 기능했다면, 사정전은 정무를 보는 집무실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사정전에는 생각하고 정치하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오른쪽에는 봄을 뜻하는 만춘전이, 왼쪽에는 가을을 뜻하는 천추전이 자리하고 있죠.” 김 연구원이 사정전의 좌우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궁궐 조성의 책임자였던 정도전은 항상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교 경전의 하나인 『서경』에는 ‘생각하면 슬기롭고, 슬기로우면 성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유교 국가인 조선의 정치가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모든 일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뜻에서 사정전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건물 주변에 나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경복궁의 모든 건물에 의미가 담긴 이름이 붙여져 있듯, 주변 설계 역시 계획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김 연구원은 사정전의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선 집 안에 나무가 있으면 곤궁할 곤(困)자가 돼 나라가 곤궁해질 수 있다는 의미가 있었다. 또 왕을 암살하기 위한 자객이나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나무에 숨어들 수 있어 의도적으로 적게 심은 이유도 있다.





용마루 없는 강녕전·교태전



사정전을 지나자 왕이 평상시에 머무르던 ‘강녕전’이 나타났다. 태조 이성계는 경복궁을 짓고 정도전에게 새 궁궐의 여러 전각에 각각의 이름을 짓게 했다. 강녕전도 이 중 하나다. 왕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평안해야 한다는 뜻에서 강녕이란 이름이 붙었다. 강녕이란 말은 5가지 복을 뜻하기도 하는데, 한 나라 백성의 아버지인 왕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면 이 복들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왕이 거처하던 곳이라 불이 나지 않도록 건물 설계에 신경을 쓴 흔적도 역력하다. 굴뚝을 건물 가까이 지으면 화재의 위험이 있어서 강녕전 뒤로 향하는 양의문 좌우에 굴뚝을 붙여 지은 것이다.



강녕전 북쪽에는 왕비가 머무르던 교태전이 있다. 왕비는 보통 왼쪽 방을 쓰다가 왕이 오면 오른쪽 방에서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오른쪽은 음양학에서 양을 상징하며 이는 왕을 나타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교태전과 강녕전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지붕 중앙에 사용되는 장식인 용마루가 없는 것이다. 제왕을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 상상 속 동물인 용은 왕의 처소와 어울리지 않는데, 왕이 곧 용이므로 용 위에 다시 용을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회루에 도착해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으로 답사는 마무리됐다. 임진우(서울 동북초 6) 학생은 “조선이 세워지며 생긴 경복궁의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 답사는 서울 정릉에서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사랑 이야기를 찾아가는 코스로 진행된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artjang@joongang.co.kr

진행=황정옥 기자·김대원 인턴기자 ok76@joongang.co.kr

문화유산국민신탁=김진형 연구원, 노소연(서울교대 1), 강유림(한국전통문화대 3)





소중 시간탐험대 2기 답사 후기

미션 수행 후 답사하니 집중 잘 돼






‘현재를 있게 한 과거, 미래를 있게 할 현재’라는 말 때문에 나는 항상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 시간탐험대에 신청을 할 때 떨리는 손으로 참여하고 싶은 이유를 간절하게 써 내려갔던 것이 기억난다. 소년중앙으로부터 시간탐험대에 합격되었다는 e메일을 받고 뛸 듯이 기뻤다. 언제나 흥미를 기울여 온 역사에 대해 재미있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조원들과의 만남과 발대식을 마친 후 첫 번째 답사를 진행하게 됐다. 주제는 ‘이성계와 조선의 건국’으로 조선의 기운찬 시작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복궁 탐험이다. ‘시간 속으로의 모험’은 답사를 떠나기 전 소중 카페를 통해 미션을 수행하며 사전 지식을 쌓는 것부터였다. 이때부터 벌써 배울 것 천지였다. 탐험 내용을 최대한 잘 이해하기 위해 미션 수행은 필수였다.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는 미션을 답사 전에 먼저 수행하니, 오기가 생기는 것은 물론 답사 도중 집중력도 훨씬 높아졌다.



왕과 왕비들이 걸었던 길을 걷고, 그들이 썼을 전각을 보기도 했다.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경복궁을 답사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조선의 고락을 함께한 경복궁을 돌아보니 역사의 한 부분이 된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두근거림으로 시작된 나의 시간탐험은 걸음을 거듭할수록 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고민을 하며 보니 궁에 얽힌 이야기가 의미있게 다가왔다. 시간탐험대 활동은 나에게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남은 2차와 3차 답사 모두 흥미로워 보인다.



글=김태윤 소중 시간탐험대 2기(서울 중대부초 6)





경회루를 마지막으로 경복궁 답사를 마친 시간탐험대 2기.
평소 갖고 있던 경복궁 궁금증 해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경복궁은 조선의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경복궁은 조선왕조 첫 번째 왕인 태조 이성계 때 세워졌는데, 정도전이 여러 건물의 이름들을 성리학의 이념에 따라 지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경복궁의 뜻은 ‘큰 복’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역사를 정말 좋아하는 6학년 학생이지만 경복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는 못했다.



이번 소중 시간탐험대 답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은 것 같아 뿌듯하다. 평소 경복궁 관람을 하며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그 궁금증을 풀 시간이 없어 그대로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니 다 해결된 것 같았다. 경복궁에 올 때마다 왜 강녕전과 교태전에는 용마루가 없었는지 궁금했는데,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건물 하나 하나에 모두 유교의 사상이 담겨 있었다. 아름답고 우아한 건물들을 보니 너무 좋아서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소중 시간탐험대는 평생 기억에 남을 좋은 경험이다.



글=안현준 소중 시간탐험대 2기(성남 불정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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