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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문화재를 지켜야 하는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2014.10.26 00:01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고종황제의 어차 앞에 선 나선화 문화재청장(가운데)과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이상빈·한명준·임소정·김태윤·강준혁 학생. 사진=장진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관할 범위가 가장 넓은 정부 기관은 어디일까요. 문화재청에서 일하는 분들은 아마 웃으면서 손을 들 겁니다. 문화재청은 땅 위의 오래된 건축물부터 땅속에 남아 있는 옛 사람의 흔적, 공룡 발자국,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까지 관할하거든요.

문화재청장에게 묻다
소중 학생기자 인터뷰 - 나선화 문화재청장



소년중앙 학생기자들이 나선화 문화재청장을 만나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21일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2층 청장 집무실에서 진행됐습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인터뷰한 임소정·한명준·김태윤(왼쪽부터) 소중 학생기자. 배경은 전통 문양으로 장식된 국립고궁박물관의 관람객 휴식 공간이다.


문화재에 담긴 시대정신 들여다보세요



나선화(65) 청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도자사(도자기의 역사) 연구자로 지난해 12월 제8대 문화재청장으로 취임했다.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35년간 일하며 경기도 광주 등지의 조선 백자 가마터를 발굴하는 등 문화재 현장 경험이 풍부한 청장이라 꼽힌다. 나 청장은 전임 변영섭 청장에 이은 두번째 여성 청장이기도 하다.





―문화재에 언제부터 흥미를 가지셨나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몰랐어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칠판에 돌멩이를 그려놓고 ‘이게 뭐 같나? 난 수세식 변기 같은데…’라고 하시는 거예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이었죠. 알고 보니 경주 안압지에서 발굴한 석조물이었어요. 그때부터 고미술사를 전공하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역사와 문화재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여러분 같은 기자단이 해설사가 된다면 또래 친구들이 역사와 문화재에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문화재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를 추천하신다면요.



“저는 ‘창덕궁 달빛기행’을 추천하고 싶어요. 밤의 창덕궁은 낮에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에요. 곡선의 처마가 달빛을 조명삼아 비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요. 다만 밤에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라 관람 인원이 한정적이죠. 신청이 시작되면 10분 만에 매진된다고 해요. 인기는 높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확대를 못 하고 있어요. 또 추천해드리고 싶은 건 여름의 종묘대제입니다. 국악원의 악사들이 종묘제례악(제사 음악)을 연주하는 게 장관이거든요. 가족들과 함께 꼭 가 보세요.”



―요즘 궁궐에서 행사를 많이 하는데, 관리에 어려움은 없나요.



“요즘은 중국 관광객도 많이 몰리면서 버려지는 쓰레기나 담배꽁초에 몸살을 앓고 있어요. 화재 위험도 있기 때문에 입구에서 담배나 라이터 등을 수거합니다. 관리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요.”



―최근 미국에서 대한제국 국새와 어보를 반환 받았는데요. 다른 유물도 환수 준비를 하고 있나요.



“일단 어떤 유물이 있으며 어떤 경로로 나갔는지 조사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15만6000여 점이 20여 개국에 퍼져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중엔 불법 반출된 것도 있고 정당하게 구입한 것도 있어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데, 개인이 소장한 유물은 조사하기 어렵습니다. 후손들이 그 가치를 몰라 훼손시킬 위험도 크죠.”



나 청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이상빈 학생기자.
―환수 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소장자들에게 ‘우리가 책임지고 이 유물을 잘 관리하겠다’, 또는 ‘이 유물은 우리에게 이러한 의미가 있는 것이니 돌려 달라’고 설득하며 기증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환수 활동도 벌이고 있고요. 국제법은 물론 우리의 법과 상대 나라의 법 등을 모두 따져야 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난주엔 미국 워싱턴에 가서 그곳 도시국장과 수사공조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왔어요. 오바마 대통령이 갖고 온 대한제국 국새의 경우도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미국 수사기관이 입증했기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거든요.”



―이번에 복원한 덕수궁 석조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석조전은 고종황제가 1900년부터 1910년까지 10년 동안 지은 서양 건축물입니다. 영국 건축가가 설계했고, 가구도 영국에서 제작했어요. 조선이 쇄국 이미지가 강한데, 고종이 서양 문물에 눈을 뜨고 개방적으로 수용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문화재입니다. 청나라와 일본으로부터 벗어나 자주독립을 지키려 했다는 의미도 있고요."



―복원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일제시대에 미술관·회의실 등으로 쓰면서 많이 변형됐고, 원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는 찾기 어려워서 힘들었답니다. 다행히 설계도를 찾았고, 영국까지 가서 가구를 고증한 끝에 5년에 걸쳐 복원했지요.”



―보수가 필요한 유산들은 지금 남아 있는 상태대로 보존하는 게 맞나요, 아니면 새로운 기술로 복구하는 게 옳을까요.



“저는 두 가지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재현할 수 없는 전통기술들이 많거든요. 가령 불상의 얼굴이 반만 남아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나머지 부분을 복원해 완전한 형태를 보여줄 때 옛 사람의 예술혼이나 철학을 더욱 감동적으로 전할 수도 있어요. 근본적으로는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할 땐 복원도 해야 한다는 거죠.”



―요즘 문화재와 관련해 관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요.



“숭례문 부실 복원 논란 이후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그걸 계기로 문화재 수리·복원을 맡은 사람의 이름을 밝히고 책임지게 하는 ‘공개 실명 책임제’를 만들었어요. 그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더욱 사명감을 갖고 일할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우리 문화재를 뽑아주세요.



“저는 국제적인 요소가 들어간 유물들이 좋더라고요. 고궁박물관 앞에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국보 제101호)이 있어요. 중앙아시아풍의 장식이 새겨져 있어 탑을 만든 고려시대에 중앙아시아와 활발히 교류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어떻게 우리 문화재를 지킬 수 있을까요.



“아주 많아요. 오래된 창호지 갈아주기, 문화재 주변 청소, 경복궁 판석 사이의 품과 이끼 제거 등 여러 형태로 봉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스마트폰 앱으로 수리가 필요한 문화재의 사진을 찍어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려고 합니다. 문화재청이나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관련 기관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청소년을 위한 ‘창의체험학교’, 문화유산을 발굴해 보는 ‘고고학체험’, 다양한 ‘문화재 생생사업’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아주 많답니다.”





인터뷰는 청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나선화 청장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수천 년 살아남은 조상들 흔적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죠



문화재란 인류의 삶의 발자취가 남은 자료입니다. 거기에 바닷속 동식물 같은 자연유산 등의 환경까지 굉장히 넓고 다양해요. 수백, 수십만 년에 거쳐 살아남은 인류 삶의 흔적 중에서도 생명력이 가장 강한 것들이 문화재입니다.



우리는 문화재를 통해 선조들이 남긴 사상과 철학, 예술적 감각, 다양한 삶의 방식을 알 수 있어요. 전 세계인들이 같은 물건을 소비하는 현대 사회에선 전통을 빼놓고 한 나라의 문화 정체성을 찾을 방법이 없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거죠.



문화재청에선 그 시대 최고의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뛰어난 유산,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 흔치 않고 독특한 것을 지정문화재로 정해 특별히 관리합니다. 등급과 종류에 따라 국보·보물·사적·중요민속자료·천연기념물 등으로 나누죠. 문화재는 옛날에 만들어진 것들이라 모두 약합니다. 의사가 병을 고치듯 문화재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게 보완하기도 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도 해요. 춤이나 기능 같은 무형문화유산은 맥이 끊기지 않고 젊은 사람들에게 이어지도록 지원합니다.



아주 오래된 것만 보호하는 건 아니예요. 예전엔 100년 이상 된 문화재들만 국가가 관리해왔어요. 하지만 최근엔 50년 이상 된 유물 중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은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잘 보존돼 후손들에게 전해지면 미래의 문화재가 되는 것이죠.



국보 1호 숭례문과 보물 1호 흥인지문에는 ‘인의예지’라는 유교 사상이 들어 있고요, 사찰 건축에는 불교 정신이 담겨 있답니다. 국보와 보물 같은 문화재들은 참 아름답지요.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은 문화재를 접할 때 그 껍데기만 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시대정신과 내용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눈을 갖길 바랍니다.



정리=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행취재=강준혁(인천 석정중 2)·이상빈(세종시 새롬중 1)·임소정(서울 잠전초 5)·한명준(서울 도성초 5)·김태윤(서울 중대부초 6) 학생기자



나선화 문화재청장은…이화여대 박물관 학예실 총괄, 한·러 공동 발해문화유적 조사단 책임연구원, 한국 큐레이터 포럼 초대회장, 한국 박물관학회 이사, 생명과 평화의 길 상임이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옹기의 원류를 찾아서』『한국 도자기의 흐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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