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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김무성 대표에 대한 우려

중앙일보 2014.10.22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 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여러 면에서 주목 받는 지도자다. 여당 대표인 데다 차기 주자 중 선두그룹이고 당·정 경력에서도 대표급이다.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 내무차관, 국회 재경·운영위원장과 5선, 야당 사무총장 그리고 1980년대 민추협 간부까지…. 이회창 전 총재를 빼고 이렇게 광폭의 경험을 가진 주자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그는 지도자로서 각별한 책임감을 보여야 마땅하다. 어느 누구보다도 모든 걸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장단점을 점검하고 국정체계와 법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이 점에서 그는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개헌 발언 파동은 대표적인 사례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다는 건 새로운 게 아니다. 적잖은 이가 개헌을 주장한다. 그러나 같은 개헌을 말해도 집권당 대표는 달라야 한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총리와 더불어 국정의 3대 축이다. 장삼이사(張三李四)나 별반 책임 없는 의원이 쉽게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



 그런데 그는 그렇지 못했다. 국내도 아니고 외국에서 그는 여러 얘기를 했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론이 봇물처럼 터질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오스트리아 이원집정제를 선호한다고 했다. 당장 발언의 파장이 컸다. 야당에선 개헌 목소리가 높아졌고, 집권세력 내에선 분열이 커졌다. 혼란을 지켜보는 이들에겐 불신과 걱정이 늘었다.



 지금 집권당 대표의 ‘개헌 봇물’론은 책임 있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섣부른 개헌 논의가 블랙홀처럼 주요 국정 현안을 삼킬 거라고 우려한다. 여기엔 상당한 근거가 있다. 현재 시급한 국정과제는 경제 살리기 입법, 공무원 연금개혁, 정부조직 개편 같은 국가개조, 북한 문제 등이다. 이런 난제를 풀려면 정부·여당이 총력을 합쳐야 하고 여야 간에 특별한 대결이 없어야 한다. 2015년은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다. 집권세력으로서는 이 시기에 경제·안보 현안에 몰입해야 하는 절박성이 있다.



 국정의 한 축으로서 김 대표는 이런 문제를 얼마나 고민했을까. 개헌 논의가 필요해도 꼭 연말부터 ‘봇물처럼’ 해야 하는지, 내년엔 시급한 과제에 집중하고 2016년 4월 총선 후에 하면 왜 안 되는지, 그는 충분히 연구했나.



 그가 말한 이원집정제 문제도 그렇다. 개헌은 국가 틀을 바꾸는 백년지계(百年之計)다. 이원집정제가 이 나라 현실에 맞는지 그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이원집정제에선 대통령은 외교·국방, 총리는 내정을 맡는다. 대통령은 국민, 총리는 국회가 뽑는다. 이 제도는 유럽 여러 나라에 있는데 그렇다고 한국에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은 정치·사회·국방 환경이 다르다. 이념·지역 대립이 심하고 북한이라는 중대한 안보 변수가 있다. 특히 북한·이념·동맹 문제는 외치와 내치 모두에 깊숙이 얽혀 있다. 이원집정제를 상상해보자. 대북전단은 대통령의 국방인가 아니면 총리의 내정인가. 2008년 미국 쇠고기 광우병 사태는 외교인가 내치인가. 내정은 총리가 한다고 세월호 같은 게 터지면 반대세력이 대통령을 그냥 놔둘까.



 더군다나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당이면 어떻게 될까. 광우병이나 세월호로도 국정이 마비됐는데 대통령과 총리가 쪼개지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까. 북한 급변이 터지면 누가 주도해야 하나. 대통령인가 총리인가. 두 사람의 대북정책이 다르면 통일은 어디로 가나. 산으로 가나 바다로 가나.



 김 대표의 ‘국방장관 호통 사건’도 문제가 많다. 지난 8월 초 김 대표는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이 터지자 당 지도부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불러놓고 강하게 질책했다. 네 차례나 책상을 내려쳤다. 선생이 학생을 나무라는 식이었다.



 집권당 대표가 국방장관을 이렇게 다룬 건 국가 운영체계에 맞지 않는다. 국방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헌법기관이다. 반면 ‘집권당’이라는 개념은 헌법 어디에도 없다. 정당은 일반인의 정치적 결사체에 불과하다. 헌법체계로 보면 국방장관 같은 국무위원을 질책할 수 있는 사람은 당이 아니라 국회에 있다. 여당 대표가 아니라 국회 국방위원장이다.



 관행상 당정협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집권당과 내각이 국정 운영을 협의하는 것이다. 당이 국무위원을 호통치려면 국민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한다. 국방장관은 국무위원이면서 60만 장병의 지휘관이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위상이 있다.



 한국인은 국가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는 유력 주자를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김무성 대통령’을 상상해보는 이들은 그가 얼마나 국가 차원에서 행동하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김 대표의 별명은 무대(무성 대장)라고 한다. 국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진짜 대장이다.



김 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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