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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화학·해운 지고 유통·서비스 뜨고

중앙일보 2014.10.21 00:05 경제 8면 지면보기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만 6년이 지났다. 금융위기 직전(2008년 9월) 1470대였던 코스피 지수는 이후 폭락과 급등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올라 지금은 1900포인트를 넘어섰다. 6년 새 30% 정도 상승한 셈이다.


2008년 이후 코스피 시총 분석
현대중공업·삼성정밀화학 …
중국에 쫓기고 경기침체 직격탄
GKL·호텔신라 등 100위 내 진입
"고성장기 끝나 소비·배당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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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경제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은 더 빠르게 변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중공업이 지고 서비스·유통 같은 소비재 업종이 훌쩍 컸다. KB투자증권이 금융위기 직후와 현재(올해 9월) 코스피 100대 기업 구성종목과 시가총액을 비교해 본 결과다.



 분석 결과 198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던 ‘중후장대’형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6년간 22개 기업이 시가총액 100위 밖으로 밀려났는데 해운·조선·화학 등이 포함된 산업재 섹터에서 9개가 나왔다. 현대상선·삼성정밀화학·한진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업의 대표 주자인 현대중공업은 2008년 시가총액 4위(19조원)에서 올해 24위(10조7000억원)로 주저 앉았다. 이들 기업은 2011년만 해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의 축이었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을 등에 업고 실적과 주가 모두 껑충 뛰어올랐다. 대형 성장주 펀드도 덩달아 높은 수익을 냈다.



 하지만 중국이 부양 대신 구조조정을 택하고 선진국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주가도 맥을 추지 못했다. 경쟁자의 추격으로 미래도 밝지 않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조선업의 경우 후발주자인 중국과 기술력 격차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선 “중공업의 시대는 끝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현대증권이 100위 밖으로 밀려나는 등 증권업의 쇠락도 눈에 띈다. 주식시장이 2011년 이후 긴 박스권에 갇히고 거래대금이 줄면서 증권사 주가도 하락한 탓이다. 두 회사 모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중공업의 빈자리는 서비스업과 유통업 등 소비재 산업이 메웠다. 카지노 회사인 GKL과 호텔신라 같은 기업이 100위 안에 새로 진입했다. 2008년 시가총액 42위(3조7000억원)였던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5위(13조원)로 뛰어올랐다. 덕분에 6년새 코스피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589조원에서 970조원으로 381조원 늘었다. 이들 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비’와 ‘중국’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주식형 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모두 소비재 비중이 높은 펀드다.



국내주식형 펀드가 연초 이후 평균 5%가 넘는 손실을 낸 사이 ‘미래에셋 타이거 생활소비재’ ETF(33.5%), ‘현대인베스트먼트 로우프라이스’ 펀드(26%) 등은 높은 수익을 올렸다. 현대위아·만도 같은 자동차부품업체도 꾸준히 성장했다.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 투자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신우 대표는 “고성장기가 끝나가는 한국에선 이제 소비와 배당 같은 이슈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경쟁자에게 넘겨줄 산업은 넘겨주고 서비스업에서 미래의 삼성전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당시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코스피도 한 달 여 만에 1470대에서 930선(종가 기준)으로 급락했다.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아직도 세계경제는 당시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일본 등에선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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