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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형사고 부르는 건성건성 안전점검

중앙일보 2014.10.21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안전점검 횟수는 과다하지만 형식적으로 이뤄져 내성(耐性)만 키우고 있다.”



 총리실은 전국 주요시설 24만 곳을 안전점검한 뒤 지난 6월 펴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다중(多衆)이용시설의 안전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적 사항이 4만 건에 달했다. 하루 700여 명이 이용하는 충북의 한 장애인 체육관은 벽체에 균열이 생기고 누수가 발생해 붕괴 위험을 안고 있었다. 점검 대상 150여 개 수련시설 중 19곳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했다. 요양병원 4곳은 규정상 스프링클러가 있어야 하는 4층 이상인데도 설치하지 않았으며 간호사 1명만 당직을 서는 곳도 있었다.



 시설 종사자의 안전 관리, 재난 대응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보면 다중이용시설 관계자들이 재난 대비 교육을 받지 않거나 대응매뉴얼조차 모르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수준으로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하다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안전 규정도 곳곳에서 구멍이 뚫려 있다. 노인요양병원의 경우 대피용 경사로나 엘리베이터에 대한 규정조차 없다. 이번 판교 공연장 참사의 원인이 된 통풍구도 명확한 시공·관리 규정이 없었다.



 문제는 정부에서 아무리 안전 점검을 해도 현장에서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지하철 공사장은 연간 6개 기관에서 123회나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그런데도 낙하물 방지 안전망을 갖추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20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참사가 난 지 15년이 됐다. 정부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연이어 터지는 대형사고를 보면 안전 수준이 오히려 더 떨어진 것 같다.



 형식적인 점검만으로는 현장의 실질적인 개선을 끌어낼 수 없다. 안전기준을 세부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안전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공사든 영업이든 행사든 단 하루도 진행될 수 없는 문화를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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