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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공연 보던 16명 추락 사망

중앙일보 2014.10.18 01:55 종합 1면 지면보기
17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환풍구 덮개가 휘어져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사고 직후 경찰이 현장 검증을 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뉴스1]


아이돌 걸그룹 야외공연 중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면서 위에 있던 관객 27명 중 25명이 지하 18.7m 바닥으로 떨어져 1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주차장 환풍구 덮개 붕괴 18.7m 밑으로 떨어져 … 주변에 안전요원 배치 안 해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
전문가들 “부실 시공 가능성”



 17일 오후 5시53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옆 광장에서 걸그룹 포미닛이 공연하던 도중 지하주차장 환풍구 철제 덮개 8개 가운데 3개가 무너졌다. 이로 인해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보던 25명이 지하 4층 주차장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8일 0시까지 윤철(35)·홍석범(29)씨 등 16명이 숨졌다. 또 천재웅(41)·김소연(20·여)씨 등 주차장 바닥에 떨어진 9명과 환풍구 턱에 매달린 2명 등 11명이 다쳐 분당차병원과 분당제생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구조에 나선 경기소방본부는 “몇몇 부상자는 폐와 목 등을 다쳐 상태가 위중하다”고 전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목격한 유선순(58·여)씨는 “현장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서 공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푹 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흙먼지가 날렸고, ‘으악!’ 하는 여성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흙먼지 사이로 몇몇 사람들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고 덧붙였다. 부상한 윤대성(40)씨의 직장 동료 박모(34)씨는 “윤씨가 잠시 구경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며 “주로 주변 직장인들이 많이 다쳤다”고 말했다.



 환풍구는 경사진 곳에 위치해 낮은 곳은 땅에서 1.2m, 높은 곳은 2m 높이였다. 경찰은 “공연을 잘 보려는 관객들이 한꺼번에 환풍구 위에 올라가면서 덮개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너진 덮개는 지하철역 주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살 모양의 철제 덮개다. 전문가들은 덮개를 받치는 철제 구조물에 불량 자재가 쓰이는 등 환풍구가 부실 시공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목격자들은 “사회자가 ‘위험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환풍구 주변에 안전요원이 없어 관객들이 위에 올라가는 것은 아무도 막지 않았다”고 전했다. 숭실사이버대 이창우(소방방재학) 교수는 “공연장에 안전요원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고 위험한 지하주차장 환풍구 위로 많은 사람이 올라가도록 방치한 행사 진행 측 책임이 크다”며 “세월호 사고 후 온 나라가 안전에 대한 다짐을 했지만 안전불감증이 아직도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 위험이 높은 환풍구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도 아무나 올라갈 수 있게 가림막도 없이 방치해 놓은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분당 서현고와 성일정보고 등 부근 학교 교사들이 병원으로 달려와 피해를 입은 학생이 없는지 살폈다. 병원에서는 유가족들이 “제발 눈 좀 떠봐”라며 오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걸그룹 공연은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주최한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중 한 행사였다. 사고 당시 1000여 명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성남=임명수·윤호진·이유정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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