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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와의 전쟁 최전면에 선 반기문과 김용

중앙일보 2014.10.15 17:32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장.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이 동영상을 통해 자국의 안타까운 상황을 호소했다. 이날 회의엔 에볼라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3개국 정상 가운데 기니의 알파 콩데(76)대통령만 참석했다. 그의 왼쪽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오른쪽에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앉았다.

반 총장은 “두려움의 최고 치료제는 긴급한 대응”이라며 “(지금의) 20배의 자원 동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총재는 “더 많은 의료센터가 서아프리카 지역 안에 세워져야 한다”며 “국경봉쇄 같은 방법은 (에볼라 저지에) 먹혀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구촌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에볼라와의 전면전을 이끌고 있는 이들 두 한국인의 리더십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 총장이 맡고 있는 유엔은 힘도, 돈도 없다. 크라이나 사태처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붙은 지역 분쟁에선 유약한 모습만 보였다. 그러나 에볼라가 기세를 떨치기 시작하자 반 총장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9월 미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에볼라 확산방지 지원 결의안을 이끌어냈다. 이 결의안은 총회에서 130개 회원국의 지지를 받았다. 유엔 안보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지지다.

반 총장은 특히 평화유지군 개념을 에볼라 사태에 적용한 유엔에볼라긴급대응단(UNMEER)을 창설했다. 유엔이 공중보건 사안에서 전담대응 조직을 꾸린 것은 처음이다. 김 총재는 사실 에볼라 사태 전만 해도 내부에서 리더십을 도전받고 있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각종 복지혜택 축소에 세계은행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에볼라 피해 지역에 대한 지원책을 기민하게 주도하면서 리더십을 재평가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금까지 에볼라 사태 대응에 4억 달러 지원을 결정했다. 첫 번째 지원분인 1억5000만 달러를 실제로 전달하기까지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뉴욕타인스(NYT)에 따르면 토머스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소장이 “세계은행이 이처럼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김 총재 자신이 질병 퇴치 전문가라는 점이 주효했다. 그는 1987년 비영리단체인 ‘파트너즈 인 헬스’를 공동 설립했다. 이 단체가 아이티에서 벌인 에이즈 퇴치운동과 페루의 결핵 퇴치 사업은 빈곤국 질병 퇴치의 모범사례로 기록된다. 조지타운대 스티븐 래들렛 교수는 “에볼라 위기 대응에 있어 김 총재보다 배경 지식이 나은 사람을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에볼라 사태는 왜 유엔과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가 아직도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중대한 시험대가 됐다. 얼마전만 해도 국제사회엔 두 기구의 존재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유엔은 민간인이 학살되는 지역분쟁에도 무기력했고, 세계은행은 빈곤국 지원에 한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두 한국인 리더의 어깨에 흔들리는 국제기구의 운명이 달렸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에볼라 경제적 피해 35조원=전세계로 확산 중인 에볼라 공포가 세계 경제까지도 덮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NYT는 13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내년 말까지 326억 달러(약 34조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감염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뿐 아니라, 공포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바이러스가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기니의 이웃 국가로 확산될 경우를 가정한 전망치다.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는 전망조차 못하고 있다.

이상렬 특파원, 홍주희 기자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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