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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효

중앙일보 1981.12.19 00:00 종합 2면 지면보기
효행은 사람의 사람된 도리가운데 가장 당연한 덕행이다. 그러나 요즘 삼성미술문화재단이 제정한「효행상」수상자들의 행적을 보면서 새삼 어떤 감격마저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각박하고 약아빠진 이 세태인심속에서 아직도 우리 이웃엔 이런 인간미가 물씬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가하는 놀라움 때문일 것이다.

이 어려운 세파속에서 살면서도 악에 물들지않고 어쩌면 그렇게 꿋꿋하게 선을 지키며 살수있었던가 하는 존경의 염일수도 있다.

너나 할것없이 제각기 사느라고 헐떡이며 쫓겨다니느라 잊었던「나」자신과, 나로해서 이루어지는 가족과 사회의 연대를 생각할수도 있고, 그런 연대 가운데서 존엄과 품위를 지키고 살아야하는 인간본연의 모습도 돌아볼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면서 산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도리를 꼭 삼강오륜의 고전적인 틀속에서 이해하지 않더라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요즘과 같은 금권지상·이기제일의 시대조류 속에서 「인간의 도리」를 붙들고 지키기란 더욱 외롭고 고된 일이다.

급격한 시대변화 속에서 가치관의 문제를 겪고있는 오늘의 우리사회에서 효는 가끔 시대착오적 덕목으로 도외시 되는 위기를 맞기도한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그런 노인소외의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족의 홀대에 못이겨 집을 뛰쳐나오기도 하고 외로움 끝에 자살하는 노인도 있다. 그것은 과거 동양의 전통윤리체제 아래에선 용납될수 없던 사태다. 지금이라고 해서 용인될 사태도 아니다.

유가에서 특히 효는 혈육과 가정관계의 질서요 예였다. 『부모를 섬김을 예로하고 장사도 예로하고 제사도 예로하는 것』을 공자는 효라했다. 그건 물질적인 섬김보다도 경외하고 경애하는 정신적인 섬김을 강조한 말이다.

부모를 공경하며 형제와 우애하는 효제의 정신은 곧 인도의 실천일뿐 아니라 진실한 구도정신의 표현이었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선이라면 마땅히 가장 쉽게 자연스레 나타나야 하는 것이 부모에 대한 공경이요 형제에 대한 친애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효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할 도리다. 효의 실천은 고더 가정의 평화를 가져오고 나아가선 중생구제의 정신으로 확대된다.

그점에서 이번 효행상의 수상자들은 숭고한 인도의 실천자로서 만인의 사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들은 한결같이 어려운 살림에, 적지도 않은 식솔을 거느리며 늙고 병든 부모를 성심성의껏 받들어 모심으로써 이웃의 모범이 되고 사회의 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대상을 받은 심해룡군은 17세의 어린 학생의 몸으로 복역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병든 어머니와 여린 여동생의 생계를 떠맡아 꾸려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심군이 이런 고난 속에서도 늘 명령하고 구김살 없는 성격을 가지고 성실한 학교생활을 통해 학업성적마저 우수하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우리청소년들이 혹 어려운 생활형편으로, 혹은 불우한 가정사정을 이유로 자신을 포기하고 가정을 버리며 사회의 기대에 배반하는 작태가 적지않음을 감안할 때, 이는 너무나도 고귀하고 값진 생활태도라고 하겠다.

역경가운데 살면서 그래도 희망을 잃지않고 인간을 사랑하며 사회를 믿어온 그 끈질긴 정신은 진실로 숭고한 것이다.

이들이 걸어온 효행의 길은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며 받아들이는 정신, 고난을 극복하며 내일을 개척한다는 위대한 용기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점에서 우리는 이들의 인생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으며, 그들의 효행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인도의 면에서 반성하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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