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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무원연금 개혁안, 더 다듬어야

중앙일보 2014.10.10 02:30 종합 33면 지면보기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
이번에 공개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박근혜 정부의 개혁적 성격이 강하다. 한국연금학회 이름으로 발표됐지만 새누리당의 경제혁신특위 연금분과위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중심이 돼 만들었고, 연금분과위 책임자였던 A의원이 6월부터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주변 인사들은 난항이 예상되던 기초연금법을 입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자신감으로 정치적 부담은 크지만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1995년, 2000년, 2010년의 세 차례 개혁으로 수급 개시연령이 올라갔다. 또 예전보다는 더 내고 덜 받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에 비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상황이라 국가 채무인 연금 충당부채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484조원의 부채는 181조원의 연금 수급자 몫보다 303조원의 재직자 몫이 더 크다. 여러 번 ‘낸 만큼 받는’ 형태로 바꾸려 했지만 안전행정부가 개혁작업을 주도하고 공무원노조와 수급자 대표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면서 뜻대로 되지 못했다.

 이번 개혁안의 가장 큰 특징은 10년 이상 재직자와 수급자도 개혁에 동참토록 한 것이다. 그간의 개혁은 10년 미만 재직자나 신규 임용자에게 집중됐다. 이로 인해 개혁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국민이 느끼는 국민연금과의 불공평성은 해소되지 않았고 충당부채 증가도 계속됐다. 이번 개혁은 공무원연금 적용자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부담을 지워 불공평성 완화와 충당부채 증가 억제를 도모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강한 안이라는 점에서 국민 다수에게 평가받을 요소가 적지 않지만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수정·보완돼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지적해 본다.

 첫째, 신규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급여율 1.0%(2018년 이후)가 높아 여전히 공무원연금이 우대받고 있다. 공무원에 준하는 경력의 민간 근로자 급여율은 0.75%로 30년 가입자라면 소득대체율이 22.5%다. 이는 공무원의 소득대체율 30%보다 7.5%포인트 낮은데, 그 이유는 공무원연금엔 소득재분배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보험료 징수 소득상한의 차이도 공무원연금을 유리하게 한다. 소득상한은 공무원이 평균 과세소득의 1.8배인 800만원대로 민간 근로자 408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1보다 커 소득상한이 높을수록 이득이 커진다. 이런 두 가지 특혜는 공무원의 신분상 제약에 대한 보상 차원의 ‘플러스알파’로 보기에는 정도가 과하다. 급여율을 1.0%보다 낮추고 소득상한도 낮춰 평균 과세소득의 1.2배나 국민연금 소득상한의 1.3배 정도를 검토해 보자.

 셋째, 개혁에도 불구하고 충당부채 증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재직자의 경우 보험료가 10%가 되는 2026년 이후 증가세가 미미해지지만 신규 임용자는 2026년 이후에도 충당부채가 빠르게 늘 것이다. 수익비가 1을 넘기 때문이다. 신규 임용자에게 적용할 보험료율을 4.5%보다 높은 8~9%로 올리면, 낸 만큼 받아 가 충당부채 증가를 억제할 수 있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수지균형보험료인 14%대 수준으로 올리는 작업도 앞당길 수 있다.

 넷째, 제도 개혁이 고용주인 정부 입장만 강조되는 반면 고용된 공무원 입장에서 본 파급효과 분석이 소홀하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할지 유기연금으로 지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제시하고, 일련의 제도 개혁이 공무원의 노후 대비 저축과 노후 소득보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시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총재정부담(연금 부담금+보전금+퇴직금)의 단기적·중기적 감소를 개혁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다. 2050년까지 총재정부담이 증가하더라도 개혁 착수 후 10년이 되는 2026년 이후 충당부채가 늘지 않도록 하면서 2050년 이후 총재정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비중 있게 검토돼야 한다. 중장기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금은 지출을 늘리고, 재정이 어려워질 미래엔 지출을 줄이는 게 비용 대비 효율이 더 뛰어날 것이다.

 끝으로, 이번 개혁으로 공무원의 노후 소득보장이 약해지는데 그 보완책이 함께 제시되지 않고 있다. 재직 중 자조 노력으로 저축을 늘릴 수 있는 공무원 대상의 우대저축제도를 마련하거나 정년연장 조치로 근로기 총소득을 늘려 주는 등의 보완조치가 모색돼야 할 것이다.

 이번에 제시된 개혁안은 향후 논의를 위한 초안 성격이 강하다. 여느 때처럼 안행부가 주도하고 전문가·노조·수급자 대표가 참여해 안을 만들면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국회에서 수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공론화 작업이 남아 있지만 여당과 청와대가 주도해 안을 만들고 정치권에서 사전에 검토했으므로 국회 논의 시 힘이 실릴 개연성이 있다. 부디 개정법안의 검토 과정에서 위에 지적한 사항 등이 보완돼 한동안 개혁 논의가 화두에 오르지 않아도 될 공무원연금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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