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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 5조원 더 풀기로

중앙일보 2014.10.09 01:30 종합 1면 지면보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4분기에 집행할 정책자금을 26조원에서 3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상선 기자]


최경환 경제팀이 5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지난 7월 말 41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은 지 3개월도 안 돼서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경제동향에 따른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 투자심리 회복 대책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
정부, 연내 31조원 자금 집행



 우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기금 지출을 늘리고(2400억원), 공공기관의 부채감축액을 시설 투자(7000억원)에 쓰기로 했다. 또 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을 늘리고(4000억원), 외화대출 및 설비투자펀드의 집행을 확대(3조5000억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추가 투입되는 돈이 5조원 정도다. 41조원 규모의 기존 경기부양책 중 올해 안에 쓰기로 계획했던 26조원까지 합하면 연내 31조원이 집행된다.



 내수 진작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내놨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시내에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하고, 19세 이상만 이용하도록 한 제주면세점의 연령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고령자들이 노후 불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택연금의 가입 대상을 다주택자(모든 주택 합산 9억원 이하)로 확대한다. 상환 의지가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겐 체불임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엔저 대책도 함께 나왔다.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을 위해 환변동보험의 보험료를 절반으로 낮추고, 정책금융공사 등에서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엔저를 활용해 기계류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엔 관세 혜택을 추가로 주기로 했다.  





관광객 잡으려 도심 면세점 늘려

기금 활용한 부양책, 효과 미지수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미미한 경기회복의 불씨를 어떻게든 꺼트리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올 4분기에 1%대 성장을 회복하면 내년엔 4%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나온 지표들은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것만 확인해줬다. 8월 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 부진으로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향후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0.6%나 줄었다. 생산과 투자심리가 모두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한국은행은 3.8%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을 3%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대외적으론 일본 엔화 약세가 큰 부담이다. 엔저가 장기화하면 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다. 1%대 상승률을 이어가는 소비자물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물가가 안정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경제가 쪼그라드는 디플레이션 늪에 빠질 수 있다. 저물가는 제품의 명목 가격이 오르지 않아 정부의 세수 확보에도 악영향을 준다.



정부는 이런 위험요인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로 돈을 푸는 동시에 내수 활성화와 엔저 대책을 동시에 마련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번 대책으로 분기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최 부총리가 밝힌 분기별 1%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부양책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추가 부양책으로 나온 5조원이 직접 지출이라기보다 기금이나 정책기금을 활용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너무 미약해 추가 집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5조원을 늘린다 하더라도 대출이나 보증이 많아서 실제 소비를 자극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조원 추가 지출은 최근 설비투자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이다. 다만 정책자금이나 기금을 통한 부양책은 실제 자금이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이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엔저 대책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건국대 특임교수)은 “환변동보험료 경감과 정책자금 지원은 응급처방의 성격이 강하다. 근본적으론 엔화의 하락만큼 원화가치를 떨어뜨려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오세환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엔저가 지속되고 일본 기업들이 수출단가를 본격적으로 낮추면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장기적으로 원-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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