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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총수 증인 부르는 건 협상용" 야당서도 자성론

중앙일보 2014.10.09 01:21 종합 4면 지면보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이틀째 파행을 빚었다. 8일 오전 고용노동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가 여야 간 기업인 증인채택 합의 불발로 정회돼 의원석이 비어 있다. [세종=뉴시스]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의 파완 고엔카 사장이 출석했다. 쌍용차 해고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며 당시 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증인으로 요청했다. 은 의원이 새벽 비행기로 인도 뭄바이에서 날아온 고엔카 사장에게 한 질문은 이랬다.

국감 때마다 증인 놓고 파행 … 왜 유독 환노위인가



 ▶은 의원=“12월 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돼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 쌍용차에 투자할 계획을 협의해 줄 수 있습니까?”



 ▶고엔카 사장=“일단 ‘예스’라고 하겠지만, 의원님의 말씀은 100% 이해가 안 갑니다.”



 고용과 무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같은 당의 신계륜 환노위원장이 참다못해 나섰다. “이제 그만하시죠.”



 은 의원은 국감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마힌드라가 투자계획을 밝히기로 했다”고 홍보했다.



 야당 의원이 국감 때마다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요청하는 건 이런 성과주의가 한 원인이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8일 “기업 총수를 불러 호통치거나 증인에서 빼주는 걸 권능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기업이 읍소하면 사정을 봐주는 척 빼주면서 생색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과 의원 간에 일종의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환노위는 지난해에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석채 KT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기업인 20여 명 증인 채택을 놓고 파행을 겪었다. 당시 환노위는 15명 위원(위원장 포함) 중 여당이 7명, 야당이 8명인 ‘여소야대’였다. 야당 의원들은 “표결로 증인신청을 관철시키자”고까지 주장했다. 여당의 반대로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하반기 국회에서 환노위에 1명을 추가 배치해 여야 구성비율을 8대7로 역전시켰다.



 환노위의 국감 파행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노동부에 대한 환노위 국감은 7일에 이어 8일 오전까지 증인 채택 문제로 갈지자 걸음을 했다. 국감은 오전 11시45분이 돼서야 시작됐지만 질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회됐다. 야당 의원들은 올해도 정몽구 현대차 회장(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시행 연기, 사내 하청 노동자 고용 회피, 통상임금 관련 노사 갈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전자 서비스의 다단계 하도급 운영 관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실무자가 증인으로 와서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며 “고용 당사자의 얘기를 듣고 합리적 대책을 세우자는 의견까지 막는 새누리당은 전경련의 2중대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야당 내에서도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요청하는 건 협상용”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정애 의원은 “총수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총수는) 협상카드의 성격”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는 “개별 사업장의 노사분규나 관련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국회가 개입해 판단하자는 것은 적절치 않다. 총수라서 안 되는 게 아니라 원칙 에 맞지 않는 증인은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국감은 오후 들어서야 속개됐다. 국감 파행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논란은 당대당의 대결로까지 확대됐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필요한 증인·참고인이라면 숫자가 무슨 관계인가. 수십, 수백 명이라도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경제가 대단히 어렵다.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야당이 기업인들의 군기를 잡을 게 아니라 법안과 정책이라는 본령으로 크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 대해선 “경제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인들을 감싸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강태화·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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