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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스마트 시대, 더욱 둔해진 세대

중앙일보 2014.10.09 00:15 종합 28면 지면보기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차를 몰던 아빠가 스마트폰을 만지던 딸에게 “저기 날아가는 새가 참 예쁘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딸은 차창에 엄지와 검지를 대고 쫙 펼쳤다.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할 때처럼 그렇게 손가락을 펼치면 날아가던 새도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이러한 스마트폰 의존증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아니 전 세계가 비슷할 것이다. 카페에서 서로 마주 앉아 대화 대신 각자 스마트폰만 만지는 연인도 흔하다. 나도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고교 때 한 선생님은 “지식인은 현상을 비판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은 장점만큼 문제도 많다. 우선, 지나치게 쓰면 눈이 나빠지고 목 통증도 생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정신적 압박을 주기도 한다. 밥을 먹은 뒤엔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 뇌도 새로운 정보를 삭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신문 기사와 방송 뉴스를 살피고 키워드 검색을 하며 SNS를 이용하다 보면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 무제한 접근 가능한 정보 때문에 머리는 멍해지고 눈은 피곤해진다.



  예컨대 똑똑한 스마트폰 때문에 인간은 모험정신을 잃을 수 있다. 새로운 나라나 도시를 여행할 때 스마트폰으로 미리 맛집을 알아보고 일정을 계획하면 실패 확률은 작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골목·카페·분수·건물을 후다닥 지나치며 화면 속 지도만 따라가는 건 진짜 비정상적인 여행이 아닐까. 오히려 도시의 맥박을 느끼면서 천천히 걷다가 우연히 나타난 분위기 좋은 식당이나 카페에 무작정 들어가 보는 게 정상적인 여행일 것이다.



 개인정보 침해도 심각하다. JTBC ‘비정상회담’에 처음 출연할 때 나는 예고편에 모자이크로만 나왔다. 그런데 다음 날 SNS에 내 신상정보가 낱낱이 공개돼 놀랐 다.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 간의 대화, 머리를 쓰는 능력, 느림의 행복 등을 잊는다면 인간은 오히려 더 둔해질지도 모른다. 대학원 때 기억에 남는 특강이 있었다. 담당인 미국인 교수는 수업 전 파워포인트가 준비된 컴퓨터를 꺼 버렸다. 그러곤 “공부할 때 유일하게 필요한 ‘기계’는 우리 뇌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역동적인 토론을 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말고 나의 뇌를 더 활성화해 스마트 머리로 만들어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독일 본대 동양학과 졸, 고려대 교환학생,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한국학·외교안보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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