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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속상해도 욕설 내뱉으면 진실성 없어요

중앙일보 2014.10.09 00:01 8면 지면보기


‘비속어’란 남을 비하하는 저속한 말로 화가 났을 때 상대방을 욕하기 위해 내뱉는 말이다. ‘개ⅩⅩ, 존나’ 같은 욕설, ‘뒈져라, 꺼져 버려’ 등 막말이 그 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비속어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눈을 찌푸리며 통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비속어, 좀 쓰면 어때? 늘 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가식 없고 친근하게 느껴지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청소년 욕설에 대해 ‘다 한때 그런 것’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며 너그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테다.



그러나 비속어를 줄여야 하는 중대한 이유가 있다. 현재 한국인의 정신건강 상태와 직결되니 지금부터 그 이유를 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욕설을 금기시하는 공간이 있다고 가상해 보자. 이곳은 욕을 하는 순간 그 사람의 혀가 굳는 벌을 받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서 어떤 사람이 매우 화가 났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욕설 한마디로 끝내면 될 수도 있을걸 그렇게 못한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대다수 사람은 “나 지금 엄청 화났어.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오해하니까 속상하지 않겠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겠는가?



그 다음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상스러운 말을 들었을 때와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들었을 때 느끼는 기분은 매우 다르다. 자기 마음과 생각을 전달할 때 욕을 쓰지 않고 정상적인 말로 표현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갈등과 불화가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 놀라운 기적이 나타난다.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말로 휘두르는 폭력 대신 말로 설명하는 진심이 우리 사회에 전파될 수 있다면 한결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오늘은 제568돌 한글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얼마 전 상명대 국어문화원은 ‘언어문화 개선 청소년 손수 제작물 공모전’을 열었다. 욕을 들은 학생은 기분 나빠 다른 친구에게 또 욕을 하고 이어달리기처럼 욕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받는 상처가 구겨져 버려진 쓰레기 같음을 영상으로 표현한 ‘마음 쓰레기’ 작품. 상스러운 문자들로 이뤄진 빗방울을 맞아 시든 꽃이 다시 싱싱하게 피는 것을 묘사한 ‘비 온 뒤’ 작품. ‘얼마나 써요? 왜 써요?’ 같은 일문일답을 통해 생각 없이 나쁜 말을 내뱉는 실태를 보여준 작품. 이런 다양한 작품을 보며 ‘욕설은 쓰지 말아야 할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는 청소년의 자세가 희망적이다.



나쁜 언어 습관을 바꾸기 위해 다소 강력한 교육이 필요하다. 욕설 사용 금지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과 마음을 잘 표현하는 적극적인 국어 교육이 요구된다. 자기 마음을 단세포적인 비속어 한마디 내뱉는 것으로 그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정상적인 말로 표현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행복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저절로 건강해진다.



김미형 상명대 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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