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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1년 농사 망친다" 귀농인들 야생동물과 전쟁

중앙일보 2014.10.08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이 놈의 멧돼지, 총이 있으면 콱!” 2010년 공직에서 은퇴한 뒤 강원도 한 산골마을로 귀농한 이진엽(61·가명)씨는 지난해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가 치민다. 그는 400㎡의 밭에 고구마를 심었다가 낭패를 당했다. 수확 철이 돌아오기도 전에 멧돼지가 고구마를 몽땅 거둬갔다. 인근 배추·옥수수밭 등도 쑥대밭이 됐다. 그는 “한해 농사를 고스란히 멧돼지에게 갖다 바친 셈”이라고 푸념했다.

최근 5년간 피해액 673억원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간 귀농인들을 괴롭히는 것은 낯선 환경과 경제적 어려움만이 아니다. 척박한 야생의 자연환경도 극복 대상이다. 특히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주택·농지 확보 문제에 이어 귀농인을 괴롭힌다.



 실제 정부 통계를 보면 멧돼지·고라니·비둘기 같은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야생 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673억원. 이 중 멧돼지 피해가 310억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자 농민들은 유해 동물 퇴치를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수단으로 총포나 덫 등을 사용해 보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일시적인 개체 수 감소를 보이다가 이내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 일쑤다.



전기울타리나 그물 등도 마찬가지다. 효과 대비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전기울타리는 감전에 의한 인명 피해 우려가 있는데다, 설치와 관리에도 손이 많이 간다.



 최근에는 인간과 야생동물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서 등장한 게 목초액이나 마늘·머리카락·호랑이똥·나프탈렌 등의 민간요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대부분 효과가 없거나 일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멧돼지가 싫어하는 더덕·들깨 등을 밭 주변에 심어봐도 효과는 기대 밖이다.



 그런데 최근 이를 대신할 첨단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돼 관심을 끈다. 대표적인 게 동물이 싫어하는 천연 물질을 이용해 만든 유해 야생조수 천연 퇴치제다. 대구의 한 벤처기업은 레몬그라스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복합물질로 만든 퇴치제를 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투네이처라는 브랜드의 이 제품은 멧돼지 등이 싫어하는 식물 추출물로 동물의 오감을 자극해 피해를 막는다. 인체에는 무해하고 토양에는 유익한 분말형태의 도포제다. 사용은 간편하고 효과 지속 기간은 길다. 이 제품에 대한 농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경북 청도군에서 복숭아 과수원(2400㎡)을 경작하고 있는 김조완(62)씨는 “철조망까지 설치해도 소용 없었는데 천연 퇴치제로 효과를 봤다”며 “복숭아 밭 주변에 멧돼지가 왔다간 흔적은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레이더·열감지 센서를 통해 야생동물의 접근이 감지되면 호랑이 소리나 총포음·폭발음 등이 나오는 제품도 출시됐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1대를 설치하는데 300만원가량 든다. 전문가들은 “야생 조수 퇴치제는 설치·유지관리 비용, 효과 지속기간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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