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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관 주인, 종업원이 말하는 남북회담

중앙일보 2014.10.05 16:41
지난 4일 남북 고위급 오찬 회담 도중에 송이버섯·장어 구이가 나오자 이런 대화가 오갔다. 김 실장의 덕담을 최용해가 농담으로 받아친 것이었다.


"귀한 손님이 오면 송이를 대접합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그거 북한에선 흔한 건데…." (최용해 북 노동당 비서)

회담이 열린 한식당 '영빈관'의 종업원들은 "긴요한 얘기가 오갈 때는 종업원들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했지만, 간간이 웃음과 박수가 터지는 등 시종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제공된 식사는 영빈관에서 제일 비싼 1인분에 7만5천원짜리였다. 전복구이·소갈비구이·바닷가재요리 등이 코스로 나오는 메뉴다. 식사와 함께 백세주가 나오자 폭탄주가 화제에 올랐다. 김 실장이 "전에는 양주로 폭탄주를 많이 만들었는데 요즘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많이 먹는다. 소맥이 값도 싸고 맛도 부드럽다"고 하자 김양건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은 "보해·진로 소주는 25도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실장은 "이젠 소주의 도수가 낮아졌다. 순한 술이 나와 여성들도 많이 마신다"고 답했다.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술 대신 사이다를 술잔에 따라 건배했다.



생선회가 나왔을 때 김 실장은 "인천쪽은 밴댕이회가 유명하다"며 회·무침 등 밴댕이를 먹는 여러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그러자 김양건은 "밴댕이가 뭐냐"고 반문했다.



영빈관에 따르면 북측 인사들은 회 같은 날음식보다 익힌 음식을 주로 먹었다. 특히 장어구이는 거의 모두 싹 비웠다고 한다. 이 식당 정진국(48) 영업부장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최용해 비서가 식사 후 '정말 잘 먹었다'고 직접 인사했다"고 말했다. 수행원들도 함께 식사하며 "잘 지내느냐" "그 쪽 사정은 어떠냐"는 등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날 점심 예약 전화는 오전 9시쯤 걸려 왔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라며 "북한 선수단 60명이 가겠다"고 했다. 오전 10시쯤 경찰이 탐지견과 함께 식당 주변을 수색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고위층이 온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됐다고 영빈관 측은 전했다.



회담에 직접 참여한 고위급 인사를 제외한 수행원들은 두 부류로 나눠 일부는 1인분에 6만5000원짜리를, 나머지는 4만9000원짜리 메뉴를 주문했다. 식사 비용 476만원은 아시안게임 조직위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인물이 계산했다.



영빈관은 인천시청 앞에 있는 3층짜리 대형 식당이다. 인천에서 활어 도매를 하던 김옥숙(59·여) 사장이 2000년 4월 문을 열었다. 김 사장은 "문을 연 뒤 가장 큰 손님을 맞은 것 같다"며 "많은 손님을 맞을 수 있는 식당이고, 청와대 영빈관과 이름이 같아 우리 집에서 식사와 회담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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