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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해빙 위한 통 큰 합의 이뤄내야

중앙선데이 2014.10.04 23:40 395호 2면 지면보기
황병서·최용해·김양건 등 북한의 거물 실세들이 4일 인천을 다녀갔다.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참관하는 형식이지만 실제론 남북 고위급 회담에 방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남북은 어제의 대표단 회담에서 10월 말~11월 초 2차 고위급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한꺼번에 움직이기 쉽지 않은 권력 실세들이 모두 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의중이 강하게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을 인천에 갑자기 보낸 것만으로도 북한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중대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들의 의도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분명한 건 줄곧 경색돼 온 남북관계가 중대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동안 김정은은 2015년 통일대전 준비를 독려하면서도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비쳐 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북한과 대화할 뜻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힌 바 있다. 결정적인 계기를 찾지 못했을 뿐 남북 모두 접점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태에서 북한 실세들의 방한은 남북 긴장 해소의 기대감을 높여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제비 한 마리가 온 것을 보고 봄이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먼저 북한의 진의를 냉철히 따져보고 대응해야 한다. 벼랑 끝 전술에 이골이 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는 감성적 통일론을 경계하고 늘 리얼리즘에 입각해야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남 비방과 중상을 일삼던 북한의 이중성을 감안하면 흥분은 금물이다.

 정부는 북한의 대화 의지를 가늠하면서 단계별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취한 5·24 대북 제재의 수정 방안,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 나아가 국내 보수층에 대한 설득 방안 등을 면밀하게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북한 앞에 놓인 과제는 더 중대하다. 우리는 소모적인 남북 대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핵 폐기를 ‘대화의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못 박는 대신 동결과 투명화를 교류협력의 시발점으로 삼고 대화를 주도하자고 주장했다. <본지 9월 28~29일자 2면> 정부 역시 최근 유연한 대북 정책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담긴 조치를 가시적으로 취해야 한다. 북한은 특히 핵에 관한 한 북·미 이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남한과의 의제에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

 이날 북한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진 못했으나 2차 고위급 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만 해도 해빙을 향한 의미 있는 출발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며 “남북관계도 그 수확을 거둬야 하지 않겠느냐”고 북측 대표단에게 덕담을 건넸다. 남북이 그 수확을 거두려면 향후 고위급 회담 등의 접촉이 관계 개선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통 큰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에 남북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시안게임의 성화는 4일 밤 꺼졌으나, 남북 대화의 불씨는 이제부터 키워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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