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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문가 김용현 교수, "김정은 국면전환 필요성 느껴"

중앙일보 2014.10.04 16:26
4일 북한 고위급 인사 방문에 대해 대북 전문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김 위원장에게 불신의 남북관계는 부담"이라며 "어떻게든 국면전환을 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북한의 최고급 인사가 갑자기 방남(訪南)했다. 북한의 의도는.

“전격적인 방남이다. 이번 방남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첫째,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적극 활용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그 동안 남북관계는 강대강 대결 구도와 불신의 연속이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국면전환을 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남쪽에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북한의 입장과 의중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싶은 정치적인 의미가 담긴 방문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최 측근 인사들이 방남했다. 그 의미는.

“이처럼 최고위급 인사 3명이 한꺼번에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다. 당초 대남정책 총괄인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수준의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 방남에 정치적 무게감을 더해 주는 것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다. 황병서는 북한 권력서열 2위이며, 최 비서는 최근 힘이 다소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김정은의 최 측근이다. 두 사람의 방남은 결국 김정은의 생각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데 확실한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의도가 확실한 만큼 매우 큰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북한 총정치국장이 직접 내려온 것은 처음이다. 물론 박헌영 초대 총정치국장이 한국전쟁 중 38선 이남으로 내려오긴 했지만 당시는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이동한 것일 뿐이다. 이번 방남은 2000년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미국 방문을 연상시킨다. 당시 그는 김정일의 특사자격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과 회담했다. 그만큼 총정치국장의 방문은 정치적 상징성과 파괴력이 대단히 크다고 봐야한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박 대통령이 큰 틀에서 많은 얘기를 했다. 하지만 실천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로서도 이번 방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좀더 통 크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이산가족상봉 정례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우리 정부가 유연성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남북 간 기류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만든다면 향후 남북정상회담 얘기도 나올 수 있다. 이번 방남에서도 북한이 정상회담에 관해 어떤 시그널을 주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나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방남이 대외적으로 미칠 영향은.

“최고지도자가 몸이 불편해 공식 활동을 하기는 어렵지만 통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의 승인 없이 황병서 노동당 비서 일행의 방남은 불가능하다. 최측근들을 남쪽에 보낼 정도로 김정은 통치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또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다”



-김정은은 스포츠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다. 통치자로서 스포츠를 활용한다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김정은 정권은 스포츠를 통해 북한이 폐쇄적인 ‘은둔의 나라’가 아니라 다른 정상적인 국가처럼 세계와 항상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싶어한다. 또 외부에는 자신이 젊고 개방적인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북한의 내부 결속에도 활용되고 있다. 여자축구 우승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체육 정치’를 통해 주민들과의 친밀감을 강화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 하고 있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폐막식 참관은 이런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방남에서 이산가족상봉와 금강산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등이 거론될 가능성은.

“이 세 가지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걸림돌을 해결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심전심의 새로운 기류가 나올 수도 있다.”



-북한 인사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간다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이번 방남이 의례적인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매우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 된다. 현 상황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남북관계 진전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적어도 분위기는 조성해야 한다. 거물급을 보낸 것을 볼 때 북한도 뭔가를 하자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다. 남측이 너무 소극적이지 않는다면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 문제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우리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번 방남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가 가시적으로 이렇게까지 했는데 남측의 무성의로 소득이 없었다고 선전할 수도 있다. 북한이 역공의 염두에 둬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긴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북측 인사들이 김정은의 친서를 가지고 왔다면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구체적이진 아닐지라도 ‘만남을 희망한다’ 정도의 의사는 전달될 수 있다. 현재 남북이 현안 중심의 대화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상황이기에 최고 책임자들의 만남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6자회담과 연결돼 있다. 6자회담 재개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 경우 남북정상회담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의 유엔 방문과 강석주 당비서의 유럽 순방 등 북한이 최근 외교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측을 압박하고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것이다. 이번 방남이 이런 전략의 일환인가.

“남측 압박과 관계 개선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행보에 신중히 대처하면서 우리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대화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할 이유는 없다. 남북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최근 유엔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했고, 북한은 이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경색된 남북관계가 오히려 악화됐는데.

“개인적으로 우리 측의 이런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북한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 너무 강하게 얘기하는 것은 현안을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이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입장을 계속 고려할 수는 없지만 대화 파트너로서 북한을 인식하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적극적으로 풀 수 있는 시간은 내년까지라고 본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큰 틀에서 남북관계 얘기를 꺼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현 상황에선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는데.

“북핵과 6자회담 재개 문제에서 한ㆍ미ㆍ중의 협력관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껏 한ㆍ미 동맹 차원에서 접근을 많이 했는데, 3개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김도 커질 것이다. 주도권을 쥘 수는 없지만 우리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남 성과는



김=남북관계가 전환점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대립에서 대화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다. 다음 남북 접촉에서는 양측이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 북한 대표단이 박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는데



김=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이 거물급 대표단을 보낸 것은 그만큼 큰 기대를 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 측과의 대화에서 당장 가시적인 선물보따리를 교환할 만큼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측도 무척 아쉬울 것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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