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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박영선, 유족 반발 무릅쓰고 막판 의회정치 복원

중앙일보 2014.10.01 02:02 종합 5면 지면보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을 마치고 참석한 이완구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여야가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것에 관련해 “9월 말 정치 파행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1]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감격한 듯 잠시 눈을 감았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눈엔 살짝 눈물이 비쳤다. 30일 오후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 선 두 원내대표는 그렇게 감회가 큰 표정이었다. 세월호법에 함께 올라타고 152일간 ‘표류’하던 두 사람은 마침내 좌초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운명은 앞으로 엇갈릴 수도 있다.

세월호특별법 합의 이끈 두 주역
혼돈의 152일, 최악 위기는 막아
이 "앞으로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
박 "유가족 마음 못 담아 가슴 아파"



 8·19 합의를 이끌어 낸 뒤 이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적잖은 반발에 시달렸다. 당시 의총에선 “실질적으로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넘겨주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수용이 안 되면 직을 내놓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추인을 얻어냈다. 그러나 믿었던 박 원내대표가 무너졌다. 당내 강경파와 유족의 반대로 합의는 도루묵이 되고 40여 일간 국회는 답보 상태를 이어갔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마저 소득 없이 끝났다. 이 원내대표는 한때 사의까지 표명했다. 하지만 이날 도출된 합의안은 이 원내대표의 입지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 전망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수사권·기소권을 원칙론으로 막아내 여권 내부의 논리를 지켰다. 그 결과 세종시 문제 때 충남지사직을 던지는 등 중요한 고비 때마다 보여준 그의 뚝심이 이번 협상에서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정도면 잘한 합의라고 본다”고 말했다. 재선의 조해진 의원은 “지금까지 이 원내대표가 보여준 리더십과 성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치켜세웠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에 임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 여야 의원들 모두 결과에 만족하는 것 같다. 앞으로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합의의 또 다른 주역인 새정치연합 박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안 발표 직후 “유가족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유가족들의 그 마음을 다 담아드리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가슴이 굉장히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이렇게 해서라도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가고 진상규명을 해야 되는 그런 시점”이라며 “참 힘든 선택이었다”고 했다.



 진통을 거듭하던 세월호특별법이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묻어뒀던 박 원내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두 번의 세월호법 협상에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실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때 탈당 의사를 밝히고 나흘 동안 칩거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박 원내대표의 입장에선 이날 합의로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원내대표는 이미 원내대표직을 사퇴할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세월호특별법을 매듭짓고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한 지금이 물러날 때인 것 같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의원은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박 원내대표만큼 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본인이 워낙 상처를 많이 입어 앞으로의 정치 인생을 위해서라도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의 최대 주주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국 정당 특유의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넘지 못했고, 박 원내대표는 유족의 반대를 설득해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도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가영·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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