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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공무원 내조 … 전업주부라도 퇴직연금 50%

중앙일보 2014.10.01 01:59 종합 6면 지면보기
“과거엔 이혼 후 배우자의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서 전전긍긍했다면 지금은 나눠 갖는 게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분할 판결 7건 분석해보니
혼인·재직기간 겹칠수록 높아져
매월 분할금 받는 방식 선호
이혼 뒤에도 본인이 직접 보내야
공무원연금법 개정 필요 지적도

 이혼사건 전문 변호사들이 전하는 ‘양재동 가정법원’ 분위기다. 대법원이 지난 7월 “공무원 등의 퇴직연금도 재산 분할 대상”이라며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배우자들이 적극적으로 연금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숙 변호사는 “퇴직연금은 왜 나눠가질 수 없느냐고 억울해하는 배우자들이 많았는데 최근 판례 변경 사실을 알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당사자들도 연금 분할을 추가 청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 법원의 재산분할 사건 접수 건수가 최근 두 달 동안 144건으로 늘어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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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 변경 후 1심과 2심에서도 퇴직연금 재산분할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과 1·2심에서 선고된 7건의 퇴직연금 분할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연금 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주요 고려 요소는 혼인기간과 배우자의 재직기간, 경제적 기여도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혼인기간, 그리고 공무원·군인·교사로 재직한 기간과 혼인기간이 겹치는 기간이었다. 혼인 기간이 길수록, 결혼생활과 재직기간이 겹치는 기간이 길수록 연금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달 초 창원지법은 38년간 결혼생활을 지속한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퇴직연금 분할비율을 50%로 결정했다. ▶아내가 전업주부이기는 했지만 40년 가까운 장기간의 결혼생활을 한 점 ▶공무원이었던 남편의 재직기간과 혼인기간이 겹치는 기간이 32년이라는 점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지 않았다면 공무원 근무가 불가능했거나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반대로 결혼생활을 한 기간이 짧거나 재직기간과 혼인 기간이 별로 겹치지 않을 경우에는 분할 비율이 낮아진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22년간의 혼인 기간 중 8년간만 남편이 공무원으로 재직한 부부에 대한 재판에서 퇴직연금 중 30%만 아내에게 나눠주도록 했다.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남편 퇴직 후 부업으로 아르바이트 등을 했지만 퇴직 전 적립된 연금 자체에 대한 기여도는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결혼생활을 한 기간이 5년인 때에도 연금을 분할받을 수 있다”면서도 “함께 산 기간이 길수록 높은 분할 비율을 인정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맞벌이 등을 통한 경제적 기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가사를 전담하는 경우보다는 부업이나 맞벌이 형태로 일한 경우에 더 많이 인정해주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고법은 현직 공무원인 24년차 A씨 부부 사건에서 최근 “변론 종결 시점에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 예상 일시금 1억8157만여원 중 40%를 아내에게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결혼 초에는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지만 12년간 스포츠댄스 강사를 하면서 월 150만원을 벌었던 점을 감안한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최명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연금을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보고 있다”며 “맞벌이나 부업 등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장기간 했다면 보다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받고 있는 연금의 분할 방식에 있어서는 당사자들이 매월 분할 지급받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대상 판결 7건 중 6건이 매월 분할 방식이었다. 나머지 1건은 퇴직 연금을 지급받기 전이어서 ‘일시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매월 분할 방식을 두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채웅 변호사는 “일시금 지급을 원하는 의뢰인이 많지만 상대 배우자가 그만한 재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개는 월(月) 분할 방식으로 받게 된다”며 “이 경우 이혼 후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연금을 직접 보내줘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공무원연금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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