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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벌레 안뽑아요 … 하버드대 선발 기준에 나눔이 우선순위인 까닭

중앙일보 2014.09.30 00:05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해외 명문대들 됨됨이 중시 '인성 엘리트' 뽑아
봉사활동·배려심 등 가산점 졸업때까지 지속적 나눔 활동
빌 게이츠·마크 주커버그 등 아름다운 기부천사 키워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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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문화는 그 사회의 질적 수준을 대변한다.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재를 키워내는지는 사회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급격한 성장기를 거쳐온 한국에서 대학은 산업 인력을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맡아왔다. 쉴 틈 없이 달려오는 동안 취업과 스펙 같은 학생 개인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최근 대학에선 남과 나눌 줄 아는 인재, 사회의 고민을 공유할 자세가 돼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사회 구성원간 갈등 양상이 첨예해 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답을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학이 나눔과 봉사를 강조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성숙함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하버드대의 사례에서 찾아본다.



지난 1월 경기도 가평군 한 수련원에 하버드대 재학생 12명과 전국에서 온 고교생 100명이 모였다. 이곳에선 한인 유학생을 포함한 하버드대 학생 봉사 동아리 ‘날개나눔(WingSharers)’이 3박4일간 리더십 캠프를 열었다. 이들은 2012년부터 매년 초 한국을 찾아 고교생들에게 글로벌 리더십 강의와 토론 등을 통해 열정을 심어주고 있다. 재능 기부에 나선 언니 오빠들과의 만남은 고교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있다. 하버드대 니콜라스 하크니스 인류학과 교수 등도 재능기부에 동참해 명강의를 펼쳤다. 백소현(하버드대 응용수학과 3년) 날개나눔 대표는 “하버드에서 누린 혜택과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청소년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전 세계로 나가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다. 2011년 서울 은평천사원에 편지가 날아왔다. 하버드대 봉사 동아리인 ‘고아들을 위한 하버드 동화(Harvard College Stories for Orphans·HCSO)‘에서 원생 17명을 주인공으로 동화를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이 담겨있었다. HCSO는 원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미와 장래 꿈은 어떤 것인지 상세하게 적어줄 것을 부탁했다. 몇 달 후인 2012년 1월 HCSO 소속 대학생 5명이 천사원을 찾아왔다. 이들은 원생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동화를 만들어 가져왔다. 2008년 만들어진 HCSO는 페루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중국 등 10여 개 나라를 방문해 고아원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나눔’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을 가진 하버드대 안에서 학생들은 남과 더불어 살며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인재로 커 나간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출입구인 덱스터 게이트(Dexter Gate)에는 두 개의 문구가 쓰여 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는 ‘enter to grow in wisdom’, 나갈 때는 ‘depart to serve better thy country and thy kind’라는 문구가 보인다. 대학에 와서는 지혜를 배우고 졸업한 뒤에는 더 나은 세상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하버드대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우선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려는 강한 열정과 의지를 가졌는지를 본다. 다음으로 남과 더불어 살 줄 아는 바른 인품과 뛰어난 리더십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한다. 조우석 전 케네디스쿨 입학사정위원은 “하버드는 세상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인재를 중요시 한다”고 말했다.



 봉사를 강조하는 대학의 철학은 사회의 나눔 문화를 이끈다. 하버드대 출신인 빌 게이츠가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대학 시절 나눔에 관대한 문화적 토양 아래 청년 시절을 보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 많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페이스북’을 개발해 억만장자가 된 마크 주커버그도 매년 수억 달러를 기부하며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선다. 미국 프린스턴대는 2009년 신입생의 10% 가량을 선발해 1년간 해외봉사를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셜리 틸먼 당시 프린스턴대 총장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청소년의 틀을 벗고 인생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좀더 성숙하고 국제적인 시야를 가진 인재가 되도록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에 진출하기 전 익힌 자세 덕분인지 미국 시민들의 나눔 의식은 매우 높다. 2013년 12월 영국의 자선구호재단(CAF)이 135개국을 대상으로 세계자선지수(World Giving Index)를 조사해보니 미국이 1등이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을 통해 각국의 자원봉사 시간, 기부 액수, 타인을 돕는 빈도 등을 조사했다. 미국은 봉사시간 1위, 타인을 돕는 빈도 2위, 기부액 13위를 기록했다. 2013년 조사에서 제외됐던 한국은 2012년 조사 대상이었는데 45위에 그쳤다.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케냐(40위)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 대학들도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경희대 지은림 교육대학원장은 “지식 전달과 스펙 쌓기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봉사활동과 같은 인성교육을 체계화 하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역할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정책연구소 고주애 박사는 “남을 돕는 봉사를 통해 결국 나 자신도 성장하게 된다”며 “대학이 가진 훌륭한 자원을 어려운 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사회가 한층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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