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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애플의 또 다른 경쟁력

중앙일보 2014.09.27 00:08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상렬
뉴욕 특파원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기업이다. 애플엔 한국 기업들이 부러워할 요소가 많지만, 한 가지만 꼽으라면 애플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을 꼽겠다. 애플 제품만 골라 쓰는 제품충성도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이 자국 기업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미국인들의 유별난 애플 사랑은 애플이 이달 초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애플워치를 내놓았을 때 새삼 확인됐다.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수많은 매체가 카운트다운을 하며 기대감 넘치는 기사를 쏟아냈다. 마침내 제품이 공개되자 “애플의 혁신 역량이 살아있음이 입증됐다”는 찬양에 주요 언론들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차분히 살펴보면 “혁신 맞나”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 여럿 있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가장 큰 변화는 화면 크기를 대화면으로 바꾼 것인데, 대화면은 오래전부터 삼성전자가 주도해왔다. 애플워치 역시 이미 시장에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스마트시계의 일종이다. 팀 쿡 CEO가 “사람들의 구매방식을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공언한 모바일 결제 기능도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내에선 지하철이나 버스에 이미 상용화돼 있는 기능이고, 미국 내에서도 구글 등이 몇 년 전에 선보인 바 있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애플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받아들여 변신했다는 점을 후하게 평가했다. 자사 스마트폰 기술을 베꼈다며 삼성을 상대로 천문학적 특허소송을 걸었던 애플이 삼성의 특장점인 대화면을 따라 하는 반전을 꼬집은 언론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신제품들은 사달이 났다. 아이폰6플러스는 힘을 가하면 구부러지는 문제점이 발견됐고, 신제품을 위해 내놓은 운영체제 업데이트는 몇몇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배포를 중단해야 했다. 급기야 미국 언론들도 ‘벤드게이트(Bendgate)’와 ‘업데이트게이트(Updategate)’라고 이름 붙이고 문제 삼기 시작했다. 아이폰6플러스가 어떻게 휘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 3000만 건을 넘었다. 그런데도 신제품 구매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을 포함해 판매를 시작한 지역의 첫 주말 판매량은 1000만 대를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문제가 있어도 일단 구매하고 본다는 식이다.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그만큼 높은 셈이다. 애플이 구축해 놓은 IT 생태계 역시 든든한 우군이다. 수많은 앱 개발업체와 IT 보안업체가 애플과 공동운명체가 됐다. 한때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이 있었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번성하던 1950년대 이야기다. 그 말이 이제는 “애플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다”로 치환될 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하게 경합 중인 국내 업체들엔 이런 ‘애플 현상’이 버겁기만 하다. 비단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국내 IT 생태계와 부품업계도 위태로워진다. 이쯤에서 질문 한 가지. 한국 기업들은 언제쯤, 어떻게 하면 애플과 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상렬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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