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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신문 보기-1997년 9월 13일 19면] PC통신으로 ‘썸’ 타던 그때 그 시절

온라인 중앙일보 2014.09.26 13:27
































 

1997년 9월 13일 중앙일보 19면에는 ‘X세대’의 감성을 흔든 영화 포스터가 실렸다. 장윤현 감독의 데뷔작 ‘접속’이다.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 한석규와 신인배우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접속’은 PC통신,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 신세대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관객동원 67만 명으로 대흥행한 ‘접속’은 1990년대 영화계에 큰 획을 그었다.



아이디 ‘해피엔드’와 ‘여인2’

심야 라디오 음악 프로 PD인 동현(한석규 분)은 과거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다. 홈쇼핑 채널 상담원 수현(전도연 분)은 짝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있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 둘 다 홀로 견뎌야 하는 아픈 사랑을 하고 있다. 수현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동현이 내보낸 음악을 듣고 PC통신으로 같은 곡을 신청한다. 동현은 신청자가 옛 연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접속하지만 아닌 것을 알고 실망한다. 그러나 아이디 ‘해피엔드’ 동현과 ‘여인2’ 수현은 얼굴도 모르는 채 PC통신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아픈 사랑을 정리하고 실제로 만나 함께 영화를 본다.



90년대 후반을 점령했던 ‘접속’ 신드롬

'접속'은 PC통신이라는 최신 트렌드를 최초로 영화의 소재로 삼으면서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대사로 ‘접속’ 신드롬을 낳았다.

영화에 등장한 폴라로이드 카메라(즉석 사진기)도 유행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당시 물가로 폴라로이드 카메라 가격은 10만원 선, 필름은 10컷에 1만2000원으로 비쌌다. 하지만 “빠르고 흐릿해서 좋다” “세상에 한 장뿐이어서 좋다”는 동현과 수현의 대사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매력을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영화 음악도 마음을 흔들었다. 사라 본(Sarah Vaughan)의 ‘러버스 콘체르토(A Lover's Concerto)’는 ‘쿵쿵쿵’하는 전주로 시작돼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곡은 당시 어디를 가도 들을 수 있을 만큼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 곡이 크게 히트한 데는 ‘음악의 네러티브’ 역할을 중시했던 조영욱 음악감독의 힘이 컸다. 특히 조영욱 음악감독은 국내 최초로 영화OST에 수록된 외국곡들의 저작권료를 지불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까지는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무단으로 영화에 삽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관행을 깬 조영욱 감독의 저작권 획득은 영화음악계에 새로운 풍토를 일궜다.



평범한 신인 배우 전도연, 전성기를 맞이하다

전도연은 영화 ‘접속’을 만나기 전까지 평범한 신인배우였다. 영화 개봉 당시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흥행보증수표였던 한석규에게 쏠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대중들은 배우 전도연의 연기에 열광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의 전성기가 ‘접속’으로 시작된 것이다.



신세대 멜로배우로 떠오른 전도연은 다음해 영화 ‘약속’의 주연을 따냈다. ‘접속’에서와는 전혀 다른 당돌한 여의사 역할로 크게 히트를 치며 ‘멜로의 여왕’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내 마음의 풍금’(1999)에서는 산골마을 순진한 열일곱 소녀로 분하더니, 같은 해 겨울 영화 ‘해피엔드’에서는 파격적인 베드신을 찍었다. 전도연은 1990년대 말 영화계를 휩쓸며 팔색조의 매력을 뽐냈고 마침내 2007년 영화 ‘밀양’을 통해 ‘칸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참신한 소재와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로 당시 X세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영화 '접속'. 이제는 추억의 영화가 됐지만 가끔 라디오에서 울리는 영화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 함께 영화를 봤던 ‘그 때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배예랑 중앙일보 온라인 인턴기자 baeyr0380@joongang.co.kr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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