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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영어 절대평가 해야 되나

중앙일보 2014.09.26 01:18 종합 30면 지면보기


논쟁의 초점 올해 중3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8학년도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제로 치러질 예정이다. 절대평가란 교육 목표에 따라 정해진 절대적 기준에 의해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표준점수나 백분위점수에 의해 서열을 결정하는 상대평가와 달리 일정한 점수를 넘으면 모두 만점을 받게 된다.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 등수 경쟁이 감소해 사교육이 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상대평가제가 유지되는 수학·국어 등 다른 과목이 더 중요하게 돼 사교육 감소 효과는 작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각각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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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사교육 감소 효과 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숭실고 교사)
최근 교육부는 이르면 2017년부터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은 고교 단계의 영어 사교육비 감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수능 영어시험은 변별력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난이도가 상승했으며, 이는 사교육 수요를 확대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실제로 교육부의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고교의 1인당 영어 사교육비는 2010년 6만2000원에서 2013년 6만9000원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평가 도입은 이와 같은 등급을 가르기 위한 불필요한 난이도 상승을 근본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사교육 의존을 줄이고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히 시험 대비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다.



 또한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은 수험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현행과 같은 상대평가 체제에서 수험생은 시험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남들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한 무한경쟁을 벌여야 했고, 쉬우면 쉬운 대로 한 문제라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러나 절대평가를 도입하게 되면 다른 수험생의 성적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신의 실력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면 되기 때문에 경쟁의 강도는 줄어들고 한 문제 때문에 등급이 갈리는 실수에 대한 스트레스도 훨씬 덜 수 있게 된다.



 이 밖에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은 학교 영어교육이 실용영어 중심의 다양한 수업과 평가를 시도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마련해줄 것이다. 지금과 같이 변별력을 위해 고교 수준을 뛰어넘는 문제가 출제되고, 남들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고난도 문제풀이 중심의 반복학습이 학교 영어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경향은 완화될 것이고, 그 자리를 다양한 방식의 수업과 평가가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은 많은 긍정적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이 함께 시행되지 않는다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은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변별력 약화를 핑계로 대학이 별도의 시험을 실시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만약 상위권 대학이 대학별고사를 통해 수험생의 영어 능력을 따로 평가하기 시작한다면 절대평가 전환은 긍정적 효과는 고사하고 수험생의 학습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이른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비롯한 다른 영역의 난이도를 지금보다 ‘쉽게’ 출제하거나 최소한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을 지렛대 삼아 수능시험 자체를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하는 계획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단순 지식과 암기 위주의 시험,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줄 세우기 방식의 선발은 우리 교육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그 핵심에 수능시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평가 도입을 영어에만 그칠 이유는 전혀 없다.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변별력 문제는 점차 정착돼 가고 있는 학생부 종합평가 전형 확대를 통해 풀어가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교육부는 수능 영어시험 절대평가 전환을 단순히 영어 사교육 문제의 해법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좀 더 문제의식을 확장해 수능 제도와 대입 전형 전반의 개선에 대한 밑그림을 가지고 수능 영어시험 개선을 추진한다면 절대평가 도입은 그 자체의 의미를 넘어 대입제도 전반에 매우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숭실고 교사)





대입 공정 선발 적합성 의문



고진호
동국대 입학처장·교육학
대학수능시험 영어 교과에서 2018년도부터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절대평가는 인원과 비율에 의해 결정되는 상대평가와 달리 일정 기준 이상의 학업 성취를 보이는 학생을 동일 학력 수준으로 간주한다. 교육활동에 참여한 학생이 주어진 교육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는지를 관건으로 본다는 점에서 절대평가가 상대평가에 비해 교육적으로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의미에서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기계적인 문제풀이 수업에서 비롯된 교사와 학생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대학 입시 판도에 예기치 못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예상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대학수능시험은 본질적으로 대입 지원자의 ‘선발’을 목적으로 치러지는 ‘시험(test)’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학수능시험은 지원자의 합격·불합격 여부를 명확히 판별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매년 수능시험 후 ‘불 수능’ ‘물 수능’ 시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대입 지원자의 ‘학력(learning power)’에 대한 판별 준거를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입 정시의 경우 수능시험 ‘점수’에 의해 거의 합격· 불합격이 판가름 난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누구나 수능에서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사력을 다하게 마련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수능시험은 ‘과목 합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과목 합산제는 백분위 점수나 표준점수를 활용, 수능시험의 과목별 점수를 합산해 실력의 비교우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영어 절대평가를 실시하면 영어와 영어 외 과목들의 점수 합산이 불가능해진다. 국어와 수학 같은 과목들은 기존의 상대평가를 유지한 상태에서 영어 과목만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지원자 간 비교 평가 기준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기도 어렵다.



 절대평가가 ‘줄 세우기’의 과도한 점수화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부분적으로 해소할지는 모르지만 ‘공정한 선발’이 관건인 대입 시험에서 얼마나 적합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만일 영어 과목만 절대평가를 채택한다면 대학은 독자적 기준에 의해 합격자를 선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영어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벌써부터 대학별 ‘에세이 부과’ ‘심층 면접’과 같은 형태의 대체 평가가 실시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당초 교육정책 당국의 의도와 달리 대입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영어 절대평가제 시행 방식도 초미의 관심사다.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사 시험과 같이 등급제를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수능시험 영어 교과목에서 등급제를 시행하면 영어 과목에 한해서만은 극단적인 서열화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과열경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영어 사교육 부담을 경감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입 영어 사교육의 경감은 일시적·잠정적뿐일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단순히 대입 과목이 아니라, 공인시험 혹은 자격증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영어는 생존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품격과 지위를 나타내는 징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설혹 영어 절대평가가 일시적으로 사교육 경감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유아기부터 퇴직 이후까지 지출되고 있는 국민의 영어 사교육비 경감에 얼마나 효과적이고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수능에서의 영어 절대평가제는 사교육 경감보다 대학 ‘선발’ 문제와 직결돼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사교육 경감은 꼭 필요하지만 그것이 영어 절대평가를 채택하는 일차적인 목적이기보다 부차적 발생 효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본말이 전도되지 않을 것이다.



고진호 동국대 입학처장·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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