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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오해 부른 검찰의 '사이버 입단속'

중앙일보 2014.09.26 01:07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유정
사회부문 기자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25일 오전 출입기자들과 만났다. 새로 구성한 사이버명예훼손 전담팀 운영을 놓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커지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전담팀 구성은 속전속결이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후인 18일 대검찰청은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허위 사실 유포자를 상시 적발하겠다”고 했다. 뒤이어 서울중앙지검에 검사 5명과 수사관들로 구성된 전담팀이 꾸려진 것이다.



 인터넷에선 “검찰이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정부에 비판적인 포털 게시판을 24시간 모니터링해 처벌한다”는 등 온갖 루머가 떠돌았다.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를 이용하자”는 ‘사이버 엑소더스(망명)’ 주장까지 나왔다.



 유 차장 해명의 핵심은 “ 포털 등 오픈된 공간만 대상이고 사적 공간은 제외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명이 오히려 더 큰 궁금증과 우려를 낳았다.



 우선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인터넷 포털에서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개인 SNS 내용도 검색이 가능하다. 또 수사 대상이 되는 피해자를 “공적 기관의 공적 인물, 연예인 등”으로 제시한 것도 논란으로 남았다. 공공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다. 이를 ‘공적 인물’을 내세워 우회하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비판이나 토론을 막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적극적으로 인지수사를 하겠다는 대목에서 우려가 증폭됐다. 대통령이나 특정 정치인을 키워드로 넣고 수시로 검색을 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7시간 부재를 언급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느냐.” “명확한 수위 설정을 하지 않는 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압박 아니냐.” 50분간 브리핑 도중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유 차장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동안 익명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악성 네티즌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하다. 하지만 검찰은 2010년 ‘미네르바’ 사건의 교훈을 잊은 것 같다. 헌법재판소는 검찰이 적용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공익’의 기준, ‘허위 통신’의 개념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 정치인·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방탄 수사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유정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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