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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라테 경례 vs 강아지 경례

중앙일보 2014.09.26 01:03 종합 35면 지면보기
거수경례는 경의(敬意)의 가장 절도 있는 표현이다. 경의가 없으면 절도가 잘 표현되지 않는다. 군인끼리도 그렇다. 어쩔 수 없이 각을 잡지만 존경하지 않는 상관에게 하는 경례엔 미세한 흐트러짐이 있기 쉽다. 상관도 그게 보인다. 각이 잡혀 있기에 꼬투리를 잡지 못할 뿐이다.



 문화에 따라 절도가 다르듯 경례 방식도 다르다. 미군의 경우 우리처럼 손바닥이 밑으로 향하지만, 영국군은 손바닥을 완전히 앞으로 내보이며 경례를 한다. 그 절충형이 프랑스군이다. 손을 45도 각도로 들어 손바닥이 반쯤 보인다.



 폴란드군 경례는 아주 독특하다. 오른쪽 검지와 중지만 펴고 손바닥을 보인 채 경례한다. 영 군기가 빠진 모습으로 보인다. 게다가 모자를 쓰지 않았을 때는 그마저도 안 하고 가볍게 목례만 한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세운 바르샤바공국 때 만들어진 제식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례지만 모양이 그렇다 보니 오해도 생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으로 망명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싸웠던 자유 폴란드군 병사들이 곤경을 겪었다. 그들의 훈련장에 영국군 장교들이 격려방문을 했는데 폴란드군이 무례하기 짝이 없었던 거다. 경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지를 않나, 아예 경례도 없이 눈만 찡긋하고 지나치질 않나, 도무지 어이가 없었다.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한 영국군 장교가 고소를 해 정식 군사재판까지 열었다고 한다. 결국 오해가 풀렸지만 자칫 안 한 만도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게 경례인 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런 경례를 또 한 가지 추가했다. 이른바 ‘라테 경례’다. 며칠 전 전용헬기에서 내리면서 해병대원의 경례를 받고 얼떨결에 커피컵을 쥔 손으로 답례를 한 것이다. 백악관은 오해라고 주장하지만 라테 경례를 받은 해병대원은 물론 미군 전체가 모욕을 느꼈을 수도 있다.



 공화당은 바로 걸고 넘어져 정치 공세를 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왼손에 애완견을 안고 오른손으로 거수경례를 하는 사진을 올리며 ‘완벽한 대조’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패착이었다. 그 사진은 좀 각이 나왔지만 강아지를 얼굴 높이까지 올리고 장난스럽게 경례하는 다른 사진도 있었던 까닭이다.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군에 경의가 있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무례’들이다. 국민에 대한 경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눈에도 흐트러짐이 보인다. 그것을 응징할 시간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훈범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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