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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신비한 슬픈 눈 … 악역도 그가 하면 무죄

중앙일보 2014.09.25 01:47 종합 23면 지면보기
강동원은 영화 ‘군도’에서 화려한 검술 액션을 선보인다. [사진 쇼박스]


단순하게 말하자면 스타성이란 매혹하는 힘이다. 사람의 시선을 붙드는 힘. 존재 자체로 아우라(압도적 기운)를 발하는 힘. 그런 매혹의 힘이 막강한 수익을 낳는 곳이 쇼비지니스의 세계, 스타산업이다. 한마디로 ‘스타=매력자본’이다.

꽃미남 꼬리표 단칼에 베어버린 존재감



 스타를 ‘매혹하는 이’라고 할 때 그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로 강동원(33)을 꼽는 데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그저 어여쁜 ‘꽃미남’ 배우를 넘어 어쩐지 현실 아닌 ‘신계(神界)’에 속한 듯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대중을 홀려왔기 때문이다.



 올 여름 개봉한 ‘군도’는 ‘홀리는’ 자로서 그의 매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 조선 후기 탐관오리의 폭정에 맞선 민초들의 활약을 웨스턴풍으로 그린 영화다. 정작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그가 맡은 악역 조윤. 민초의 봉기는 뒷전이고, 서자라는 운명 때문에 비극적으로 살아가다 복수심에 악행을 일삼는 조윤만이 빛났다. 누군가의 말대로 아무리 악을 연기해도 무죄라고 믿게 만드는 힘 때문일까. 그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긴 팔다리로 칼을 쓰는 장면은 마치 우아한 춤 같았다.



 “한국영화사상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악역의 탄생” “강점도 강동원, 단점도 강동원인, 강동원 과잉 영화”란 평이 나온 이유다. “어떻게 (조윤이) 백성의 적이 될 수 있나. 이렇게 아름다운데”라는 네티즌 관람평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때로는 상대 여배우까지 압도해버리는 그의 매혹적인 이미지는 ‘슬픈 눈’이란 조선 검객으로 나온 ‘형사’(2005)에서 일찍이 선보였던 것이다. ‘슬픈 눈’은 별 대사도 없는 묘령의 인물로 그저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만으로 하지원을 사랑에 빠뜨리고, 관객을 열광시켰다. 탐미주의자 이명세 감독은 당시 “강동원처럼 매혹적인 외모의 배우는 때로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 외모 자체가 관객에게 이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거기서 연기를 하면 자칫 과잉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동원이 와이어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는데 남자 연꽃 하나가 올라가더라. 그의 액션엔 부드러움이 있다.” 그를 ‘칼을 가장 잘 쓰는 배우’로 꼽은 ‘전우치’ (2009)의 무술감독 정두홍의 말이다.



 이처럼 다른 차원에 사는 듯한 신비로운 이미지와 함께 지극히 서민적이거나 밑바닥 인생을 연기하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군도’에 이은 ‘두근두근 내인생’(개봉 중)에서는 조로증에 걸린 15살 아들을 둔 33살 택시기사 대수로 나온다. 걸그룹에 열광하고 후줄근한 점퍼 차림에 헤벌쭉 웃는 보통 아빠다. ‘군도’의 판타지를 말끔히 걷어냈다. 이전에도 어리바리 순박한 시골 약사(‘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잔인한 유괴범(‘그 놈 목소리’·2006), 죽음을 앞둔 사형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자기분열적인 히스테리 작가 (‘M’·2007), 북에서조차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의형제’·2010) 등을 연기해왔다. 중복 없는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알려진 대로 그의 출세작은 하이틴 로맨스 영화 ‘늑대의 유혹’(2004)이다. 그가 이청아의 우산 밑으로 쓱 들어와 해사하게 웃는 장면은 지금도 한국 로맨스의 명순간으로 회자된다. 이후 커리어는 ‘모델출신 원조 꽃미남’이란 타이틀을 스스로 애써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후 TV 출연을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한국 로맨스에 흔하디 흔한, 꽃미남 스타라면 피할 길 없는 ‘달콤한 연인’ ‘재벌2세’ 캐릭터를 선보인 적 없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신비로움과 매혹을 갈망하는 대중의 욕망에 부합하면서(사극),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에 철저히 반하는(현대극) 길을 걷고 있는 그의 행보 뒤에는 명민한 자기 설계가 숨어 있다. “인생을 1년, 10년 단위로 쪼개어 게획을 세운다”는 그는 작품마다 기대치가 명확하다. 가령 “데뷔작이니 무조건 시나리오만 보고”(‘그녀를 믿지 마세요’) “앞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힘을 주리라는 계산으로”(‘늑대의 유혹’), “영화적인 영화라”(‘형사’), “하도 외모만 얘기하니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느린 말투가 답답해 목소리 연기에 집중하려고”(목소리만 출연한 ‘그 놈 목소리’), “극중 인물이 딱 내 나이라서”(‘두근두근 내인생’) 등이다.



 어느덧 그저 꽃미남을 넘어서 존재감있는, 충무로의 중추 배우로 성장한 그에게 한 여성 팬은 ‘군도’의 조윤 캐릭터를 가지고 두근두근 로맨스 사극을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생활을 거의 노출하지 않아 흔한 스캔들 한 번 없는 탓에 “강동원만은 여자친구 없이 여성팬들의 공공재로 남아 달라”는, 이른바 ‘강동원 공공재론’도 나왔다. 외모와 달리 실제 성격은 “마초 중의 마초, 상남자”(하정우)라는 그의 답은 뭐였을까.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저희 어머니가 들으면 얼마나 서운하시겠냐. 저는 그럴 마음이 없다.” 그의 오랜 팬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참 그다운 무심한 답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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