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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 요우커 모시기 "선양 아파트 경품 쏩니다"

중앙일보 2014.09.22 00:40 경제 2면 지면보기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요우커들이 21일 명동에서 단체 깃발을 따라 쇼핑에 나서고 있다. 요우커 600만 명 시대를 맞아 서울로 집중되는 요우커를 지역으로 확산 하기 위해서는 대형 카지노나 레저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강정현 기자]


강원 양양공항의 별명은 ‘유령공항’이었다. 그러나 이는 이제 옛말이 됐다. 1월 1일부터 9월 22일까지(예약자 기준) 양양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은 15만2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000여명)보다 5.2배 늘었다. 개항 이후 지난해까지 국제선 누적 이용객인 11만5000여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 보면 놀라운 변화다. 외국인 이용객 대부분(98.3%)이 중국인인 양양공항이 올해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특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내수 침체 만회할 '고마운 손님'
백화점, 황금색 용 장식 한류 상품전
카지노선 중화권 인기 가수 디너쇼
양양공항 '72시간 무비자 입국' 특수



 양양공항이 4월부터 ‘중국인 72시간 무비자 입국 공항’으로 지정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기편을 운항하는 상하이 노선 외에 전세기로 중국 각 지역에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10여 개 비정기편이 생기면서 강원도 지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관광지 주요 상권은 물론 전통시장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상인들도 반색을 한다. 강원도청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은 설악산·낙산해수욕장·경포대 등 주요 관광지를 돌며 만 2일 동안 평균 24만8000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성향이 강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역의 내수 경제에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요우커를 잡기 위해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팔을 걷어 붙였다. 지자체가 요우커 모시기에 나서면서 중국인 무비자 환승 공항은 6개(인천·김해·청주·양양·무안·대구)로 늘었다.



 지난해 전국을 통틀어 가장 적은 수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던 광주광역시도 최근에는 절치부심 중이다. 민선 6기 핵심사업으로 ‘중국과 친해지기’를 추진하는 윤장현 광주시장은 취임 후 첫 출장을 중국 베이징으로 잡고 현지의 여행사들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기업들은 지자체보다 먼저 중국인 수요의 중요성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침체된 내수 시장에서 내국인들이 지갑을 닫는 와중에 요우커의 소비만 늘어나면서, 이제는 관광객의 ‘일회성 매출’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업계는 전에 없이 치열한 중국인 잡기 경쟁에 나섰다.



 주요 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해 사실상 매출을 떠받치는 형국이다.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나 늘어난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말 45%였던 중국인 비중이 올해 들어 50%로 늘었다. 반면 내국인 비중은 30%대로 떨어졌다.



 회사 측에서는 중국인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 롯데면세점은 한류 스타들을 대거 섭외해 외국인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롯데면세점 패밀리 콘서트’에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스타 대열에 합류한 배우 김수현·박해진의 팬미팅을 진행해 1만6000여명이 중국인이 몰렸다. 회사는 공연 관람객을 위해 32대의 전세기를 동원했다.



 업계 1·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와 아시안게임 기간을 맞아 중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선양에 있는 롯데캐슬아파트를, 신라면세점은 중화권에서 인기를 끈 배우 이종석과의 식사 기회(왕복 항공권과 식사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백화점의 경우 중국 중추절 연휴와 추석이 겹쳐 명절맞이 고객에 중국인 관광객까지 맞이해 수혜를 듬뿍 받았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은련카드 매출은 전년의 두 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에서 8월까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전점포에서 발생한 중국인 매출(은련카드 기준)은 전년 대비 각각 119.6%와 47.8% 늘었다.



 국내 백화점 중 가장 중국인 매출 비중이 많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상반기 중국인 매출 비중이 16.5%에 달할 정도다. 17일부터 21까지는 9층 행사매장의 절반 면적에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1~30위 브랜드 상품으로 구성한 ‘한류 인기브랜드 상품전’을 열었다. 매장을 황금색 용과 붉은 기둥으로 화려하게 꾸며 중국인들에게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국인 고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직접 지시하며 밀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업계에도 올해 들어 중국인 대접이 융숭해졌다. 중국어가 능통한 직원을 증원해 서비스 품질을 올리고 이들의 생활 습관을 고려해 주전자와 차를 별도로 제공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한류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의 환심을 사려 일류 호텔에 치킨까지 등장했다. 롯데호텔서울은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기간 호텔에 숙박한 중국인들에 한해 ‘치맥(치킨+맥주)’을 제공했다.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명동 인근에 위치한 이 호텔은 투숙객 중 23%(1~8월 기준)가 중국인이었다.



 카지노업계 역시 중국인들이 먹여살린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전체 입장객 중 중국인 비중은 75.9%에 이른다. 이들 중 VIP고객만 2분기에 배팅한 금액이 8369억원에 이른다. 귀한 요우커를 모시러 공항에서 카지노까지 차량을 운행하는 것인 기본이다. 최근에는 중국인만을 위한 특별 이벤트도 풍성하다. 파라다이스는 노동절과 국경절에 중국인 고객을 초청해 중화권에서 인기 있는 가수를 무대에 올리는 ‘디너쇼’를 진행하고, 한 달에 두 번 중국인들이 참여하는 바카라 대회를 연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국내 외국인 카지노 시장의 중국인 매출비중이 현재 43.2%에서 2020년에는 67.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박미소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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