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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세월호 농성 천막 스스로 걷어야

중앙일보 2014.09.22 00:16 종합 38면 지면보기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은 악성 중의 악성이다. 낮에는 광화문에서 곡기를 끊고도 심야에는 여의도에서 야당 국회의원과 어울려 술판을 벌인 것부터 해괴한 그림이다. 약자인 대리기사와 병원 간호사에게 쏘아붙인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권위주의도 보편적 정서의 역린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자식 잃은 부모’가 한순간에 ‘수퍼 갑(甲)’으로 변질됐다.



 사태 전개 과정도 유족들의 순수성이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은 시종 일관성을 유지했다. 반면 유가족 진술은 자꾸 번복된다. 처음엔 깁스를 하고 이빨도 6개나 빠졌다며 ‘쌍방 폭력’이라 했다. 하지만 현장 동영상을 보면 전혀 다르다. 한 사람은 발 차기를 하다 혼자 넘어져 팔을 다쳤고, 또 한 사람은 폭력이 끝난 뒤 멀쩡하게 담배를 입에 문다. 경찰 조사 결과 빠진 이빨 가운데 5개는 보철로 드러났다. 유족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지는 건 당연하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폭행사건은) 저들이 준비해놓은 함정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과연 ‘저들이’ 누굴까. 또 미리 함정을 팠다면 왜 생생한 20분짜리 풀 동영상은 나오지 않을까. 한국산 휴대전화는 어둠 속에도 흔들림 없이 선명하게 찍는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데도 말이다. 이미 김씨의 46일간 단식은 주변 인물들에 의해 빛이 바랬다. 그의 전 처남은 “이혼한 뒤 당신이 유민이에게 잘해준 게 뭐 있느냐”고 폭로했고, 대통령을 향한 막말 역시 진보 매체가 촬영한 것이다. 이제 그가 계속 뉴스를 타는 게 유족들에게 도움이 될 지도 의문이다.



 눈치 빠른 정치권부터 세월호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눈치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은 유족의 동의 아닌 양해를 얻는 선이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 보장은 사실상 무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문 위원장의 세월호 흐름을 읽는 동물적 감각이 묻어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못 본 체 했던 광화문의 세월호 단식농성 천막에 ‘사용료’를 부과하겠다고 돌아섰다. 야권이 일제히 거리 두기에 돌입하는 조짐이다.



 거듭된 패착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고립돼 가는 분위기다. 스스로 순수성과 도덕성에 큰 상처를 냈다. 돌아보면 유족들이 이렇게 비난 받을 대상은 전혀 아니었다. 세월호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이다. 캄캄한 밤에 격침된 천안함과 비교도 안 된다. 해경의 헛발질 등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었지만 뻔히 눈을 뜨고 실패했다. 숨진 단원고 학생들이 찍은 슬픈 현장 영상들이 끔찍함을 더했다. 그런데 왜 갈수록 유족들이 코너에 몰리는지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유가족에게 가장 공감했던 기억은 언제였을까. 팽목항에 몰려온 정치인들에게 “쇼하지 말라”며 정중한 거리를 두었을 때였는지 모른다. 고 정차웅군의 부모가 나랏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가장 싼 수의와 관으로 장례를 치렀을 때도 감동의 물결이었다. 세월호는 야당과 손잡고 정치화되면서 우리 사회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선장·선원·청해진해운 대신 대통령과 정부 책임에만 집착한 것도 자충수였다. 이제 우리 사회의 절반이 유가족 손에 수사권·기소권의 칼을 넘겨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슬픔은 속으로 삭일 때 위로 받고 공감 받는 법이다. 자칫 증오나 보복으로 비춰지면 외면받는다. 여야 합의안을 두 차례나 거부하고 극단적인 천막농성·단식투쟁을 벌이는 게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 이미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피로감이 감지된다. 재재협상보다 여야 2차 합의안을 선호하는 민심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세월호마냥 세월호 사태도 허무하게 침몰할 것 같아 안타깝다. 돌아보면 세월호 사태는 유가족들이 낮은 자세로 다가왔을 때, 그리고 정치권과 거리를 두었을 때 파괴력이 강했다. 지금이라도 단식농성 천막부터 스스로 거둬들이고 팽목항에서의 초심을 떠올렸으면 한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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