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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에 밀려난 사르코지, 올랑드 부진에 쾌재

중앙일보 2014.09.21 17:53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정계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달 말 제1야당이자 소속 정당이었던 대중운동연합(UMP)의 대표 경선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2012년 5월 대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에게 패배, 31년 만에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이란 낙인이 찍힌 채 정계를 떠났던 그가 2년 4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얘기였다.



그는 장문의 글에서 재임 시절을 반추하며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확실했다고 여겼던 감정도 덧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대결이나 반격하겠다는 생각도 옆으로 밀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권력의 중심을 향해, 또 정부를 향해 절망과 거부·분노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걸 봤다”며 “관찰자로만 있기엔 의무를 등한히 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곤 “깊은 고민 끝에 프랑스 국민에게 정치적 선택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3개월 이내 모든 국민에게 개방된 초당파적이며 통합적인 모습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UMP 개조도 포함해서였다.



그는 “프랑스를 너무 사랑한다”며 “내 동포들이 절망적인 광경과 막다른 고립의 전망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는 걸 볼 수 없다”며 “세상 사람들이 프랑스가 2등국이라고 여기게 되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도 말했다.

사르코지의 복귀는 예견됐던 일이다. 대선 패배 후 석 달 정도 칩거했다가 그 이후 자신의 근황을 종종 알렸다. 자천타천으로 복귀설이 주기적으로 제기되곤 했다.



그럼에도 그의 복귀 선언을 두고 “굉장히 미묘한 때”(파이낸셜타임스)란 말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던 올랑드 대통령이 급기야 13%란 숫자까지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론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인기 없을 때 수치다. 프랑스 일간지인 르몽드에선 “올랑드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거의 영(零)”이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실업률은 두 자릿수 대로 치솟고 경제 성장마저 제자리걸음이어서 개선 조짐조차 없다. 결국 그가 올랑드 대통령의 선전 탓에 정계를 떠났다면 올랑드 대통령의 부진 덕에 정계로 돌아올 명분을 찾은 셈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를 인식한 듯 18일 기자회견에서 사르코지를 거명하지 않은 채 “어제 혹 그제 국정을 맡았던 사람이 내일 이나 모레 다시 책임을 맡을 수도 있다. 그게 민주주의”란 말을 했다.



사르코지의 복귀에 난관이 없는 게 아니다. 그가 연루된 불법 대선 자금 재판 정보를 빼내기 위해 판사를 매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일반 잡범처럼 경찰서에 15시간 동안 구금됐다가 오전 2시 수사 판사 앞에 섰던 게 지난 7월의 일이다. 유사한 사건도 5건이나 진행 중이다.

UMP 전체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총리였던 프랑수아 피용은 “새로운 세대가 책임을 질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도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사르코지는 여전히 분열된 UMP를 통합할 인물로 여겨진다. 보수지인 르피가로가 “호랑이가 돌아올 채비를 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일각에선 가수이자 수퍼모델인 부인 카를라 부르니가 정계 복귀에 반대한다는 말도 돌았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그러나 “내가 카를라에게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하겠느냐. 카를라는 내 복귀를 반대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일간지 르파리지앵은 ‘어느 지도자가 프랑스를 더 잘 재건할 수 있겠는가’란 질문에 대한 여론조사 답변 결과를 20일 자에 게재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양자대결에서 사르코지(60%)가 완승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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