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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정책은 경제적 부담 아닌 신성장 동력 창출 기회

중앙선데이 2014.09.21 00:19 393호 5면 지면보기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 토마스 코즐로프스키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왼쪽부터)가 기후변화대응 협력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영국과 독일은 다른 EU 국가들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목표는 뭔가.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이하 와이트먼)=기후변화는 21세기 국제사회의 번영은 물론, 안보에도 위협이 되는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영국·독일·프랑스를 포함한 EU 국가들은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협력해왔으며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후 관련 국제협상을 선도하고 2015년 파리협약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려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경제에 부담만 지우는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국에서 저탄소 분야는 연간 평균 4%씩 성장하고 있으며 100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23일 유엔 기후정상회의] 주한 영국·독일·EU 대사 공동 인터뷰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이하 마파엘)=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국제관계는 세계환경정책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는 일방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다자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토마스 코즐로프스키 주한 EU대사(이하 코즐로스키)=EU가 국제기후협상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EU 전체가 통일된 의견을 갖고 있다.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기대되는 결과는.
▶코즐로프스키=내년 파리에서 열리는 UNFCCC회의에서 만들어질 예정인 새로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글로벌 기후협정을 위한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이후 세계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이들이 새 파리협정 체제에서 각자 해야 할 일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U 지도자들은 내년 1분기까지 공동 이행계획을 만들 것이다. 다음 달엔 EU의 2030년 기후에너지기본정책에 합의할 예정이다. 주요 20개국(G20)의 주요 배출국들도 EU와 같이 내년 1분기까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이행계획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EU는 뉴욕정상회의에서 야심 찬 계획과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다. 정상들의 참여는 중요한 모멘텀을 만들게 될 것이다.
▶와이트먼=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한 기초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정상회의는 정부·경제계·시민사회 지도자들의 실행 의지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도 이행계획을 발표하는 데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마파엘=뉴욕정상회의는 기후변화 이슈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다시 한 번 제고하는 정치적인 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지구상 모든 생물과 자원에 즉각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정상회의의 주요 현안은.
▶코즐로프스키=기후 재정과 에너지,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문제를 다룰 것이다. 이 중, 핵심은 모든 참여국이 야심 차고 포괄적인 파리기후협약을 제정하고 그 이행시간표를 만들어 내기 위한 강력한 정치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마파엘=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개도국의 녹색성장모델 수용이 중요한데.
▶마파엘=재정 지원뿐 아니라 정치적인 의지를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녹색성장모델은 혁신과 진보,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것이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이 아니다.
▶와이트먼=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탄소배출량 감축이 장기적 번영을 위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한국은 녹색성장모델이 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견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신하게 될 내년 파리협약은 어떤 것이 될 것으로 기대하나.
▶코즐로프스키=포괄적인 협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갈라놓은 인위적인 장벽을 허물어야 할 것이다. 배출량 모니터·보고·증명·준수 등에 관한 다자 규칙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협정이 지속적인 것이 되려면 정기적으로 국제적 목표를 재검토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교토의정서 이후 체제가 시작되는 2020년 이전에 실질적인 행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와이트먼=개별국가들의 경제 실정과 개발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2020년대에는 배출량 감축이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서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공정하고 지속적인 협정이 되기 위해서는 책임과 능력이 있는 나라들이 더 많이 이행하는 구조가 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미 2020년까지 3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0년 이후 목표도 세워야 한다.
▶마파엘=파리협정은 모든 참여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적구속력을 가진 첫 국제조약이 돼야 한다. 선진국들만 감축의무를 가졌던 교토의정서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그 사이 개도국으로 분류됐던 인도와 중국은 탄소 주요 배출국이 됐다. 새 협정은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여기서 한국의 역할은.
▶와이트먼=협상에서 한국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저탄소 성장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기후변화 대응에서 리더십을 보여줬다. 자발적으로 감축계획을 제시했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재확인했다.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본부는 한국에 있다.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감축목표를 줄이고 이행을 늦추라는 기업의 요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실제로 저탄소차협력금 정책은 2020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조할 수 있는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의 도입이 지연돼 아쉽다. 이 분야에 먼저 진출한 나라가 최대의 혜택국이 될 것이다.
▶마파엘=독일과 영국은 EU 내에서의 획기적인 감축 노력을 지지한다. 먼저 자신들의 숙제를 해야 한다. EU가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는 안이 다음 달 중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50년까지 80~85%를 줄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 청정에너지, 지속가능한 성장, 저탄소 경제는 국가와 국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코즐로프스키=한국은 고도로 발전한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국이 야심 찬 감축계획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도입 계획을 어떻게 보나.
▶마파엘=고에너지 가격 시대에 에너지절약은 갈수록 기업들의 필수 덕목이 되고 있다. 기업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에너지절약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에너지절약이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지 않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198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이를 생활화하고 있다. 오늘날 모든 새 건물들은 엄격한 에너지효율 관련 규칙을 엄수해야 한다. 거주자들이 에너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효율 에너지 수요 증대는 건설업계가 새 기술과 재료의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와이트먼=한국은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노력에서 중대한 역할을 해왔고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세계는 한국이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정책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2020년까지의 배출감축 목표를 어떻게 내놓는지에 관심이 많다. EU의 배출권거래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기둥이다. EU는 또 유럽을 고에너지효율, 저탄소 사회로 바꾸려 하고 있다. 풍력·태양열·바이오매스 등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에 의해 생산된 에너지 소비의 공유를 2020년까지 20%로 높이는 법을 만들었다.
▶코즐로프스키=배출권거래제는 일반적인 환경법보다 기후보호에 효율적이고, 비용이 덜 들며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사실 투자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저탄소기술과 혁신에 투자하는 것은 경쟁력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높이는 것이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를 되살리는 방법은.
▶코즐로프스키=EU에선 여전히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국제적 어젠다로 남아 있다. 경제위기도 이를 바꾸지 못했다.
▶와이트먼=갈수록 더 많은 나라들이 탄소에 가격을 매기고 있다. 중국은 2개 성과 5개 도시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환경법은 66개국에서 500건이 제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각자가 이와 싸워야 한다. 지난 8월 부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것을 비롯해 2010년 광화문, 2011년 우면산에 기록적인 비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뿐 아니라 경제계, 비정부기구(NGO), 시민단체 등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마파엘=유엔기후변화정상회의는 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최대 이슈인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 내전, 이라크에서의 이슬람국가(IS) 문제 등이 미래의 위기를 잠시 잊게 만든 것처럼 보인다. 경제·금융 문제도 기후변화 위기의 긴급성을 약화시키는 요소들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선견지명의 평화정책이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은 자원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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