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악기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중세와 현대의 만남에 관객 ‘황홀’

중앙선데이 2014.09.21 01:23 393호 14면 지면보기
“런던은 클래식 음악의 메트로폴리스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1904년 창설), BBC심포니 오케스트라(BBC SO·1930),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LPO·1932),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1946), 로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RPO·1946) 등 모두 5개의 대형 오케스트라가 있다. 이런 런던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인 프롬스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얻었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다가섰다는 이야기다.”

프롬스서 공연 펼친 서울시향

영국 런던의 음악교사인 크리스 에드먼슨(48)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로열앨버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를 즐긴 소감이다. 프롬스에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이슬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웨덴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오케스트라가 참가해 청중을 만난다.

단순한 연주 실력을 넘어 프로그램의 참신성,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개방성, 청중에 대한 친화성 등과 같이 클래식 오케스트라로서 갖춰야 할 다양한 분야를 현장에서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까다롭다는 런던의 클래식 팬, 그것도 매년 여름이면 두 달간 매주 3~4차례 클래식을 즐기고 있는 프로머(프롬스 청중)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약점이 발견되기도 하고,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가능성을 새롭게 만나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전 세계 오케스트라 간에 눈에 보이지 않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클래식의 굿판’인 셈이다. 그 경쟁에서 일단 관문을 하나 통과한 것으로 평가 받은 셈이다.

드뷔시의 ‘라메르(바다)’를 전채로 맛본 청중들은 둘째 곡이 시작되자 순간적으로 숨을 죽였다. 작곡가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인 ‘슈(바람)’가 중국인 연주가 우웨이의 생황 연주로 이어진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조화, 중세와 현대의 어우러짐이 19분 동안 무대를 달궜다.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우웨이는 ‘드래건 댄스(용 춤)’이라는 곡을 생황으로 독주해 앙코르에 답했다.

중간 휴식시간에 관객들은 한국에서 온 오케스트라에 대해 떠들썩하게 이야기했다. 맨체스터의 음악 프로듀서인 존 브롤리(45)는 “런던은 멀티 컬처럴리즘(다문화주의)의 본산으로 매일 같이 문화적 하이브리드(혼성)가 벌어지는 곳인데 이곳의 특성을 잘 간파한 조화로운 곡 선택인 것 같다”라며 “관객의 기대에 부응했다”라고 평가했다.

런던 골더스그린 지역의 영어 교사인 수지 고니(55)는 “아시아 음악을 종종 들었어도 저런 악기(생황)는 처음 본다”며 “협주곡으로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고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정체성을 살리는 노력으로 본다”며 “클래식을 끊임없이 다듬어 관객의 다양한 음악적 미각을 고루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마음에 든다”라고 말했다.

2부에서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은 관객의 우렁찬 박수를 이끌어냈다. 예의상 치는 박수가 아니었다. 청중의 표정은 하나 같이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프롬스 전체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소책자에는 독주자인 우웨이의 사진과 이름만 보여 얼핏 봐서는 한국의 오케스트라가 오는 걸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게 조금 걸렸다.


런던=정지원 자유기고가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