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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아토피, 음식보다 집먼지 진드기 조심해야

중앙선데이 2014.09.21 02:08 393호 22면 지면보기
“이 나이에 무슨 아토피냐고요?”

30대 중반의 주부 정유민(서울 서초구)씨는 최근 동네 피부과에서 자신의 얼굴에 난 붉은 뾰루지를 가리키며 하소연했다. “어릴 때부터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데, 계란 때문인가요”라고 묻는 그에게 의사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정 씨처럼 아직도 자신이나 자녀의 아토피가 음식 탓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실제론 성인·아이 가릴 것 없이 음식과 무관한 아토피가 훨씬 많다.

음식 탓에 생긴 어린이(영·유아) 아토피는 전체의 8∼10% 정도에 불과하다. 이상일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계란·콩·땅콩·견과류·밀·메밀·생선·갑각류가 흔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이며 “아토피 아이들이 이런 식품을 먹으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 시기에 아토피가 있었더라도 사춘기에 이르면 병이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더러는 사춘기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오히려 심해지는데, 이들이 성인 아토피 환자다. 성인 아토피 환자 중엔 어릴 때는 아토피 증상이 전혀 없던 사람도 적지 않다.

성인 아토피는 음식과는 거의 관련성이 없다. 박천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2010년 12월∼2012년 4월 18~56세 성인 아토피 환자 126명을 대상으로 음식과 아토피의 연관성을 조사했는데 단 1명만 음식 탓이었다”며 “돼지고기만 먹으면 아토피가 심해지는 환자였는데 돼지고기에 든 알레르기 유발 성분인 히스타민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성인 아토피는 음식보다 집먼지 진드기 등 호흡기 알레르기 유발물질과 더 관련이 큰 것 같다”며 “음주·흡연·과로·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진 것도 성인 아토피의 증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어린이 아토피는 주로 팔·다리의 접힌 부위에 생긴다. 성인 아토피는 팔·다리의 접히는 곳 외에 얼굴·목과 손발의 말단부에도 생긴다. 증상은 진물보다 가려움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 아토피의 원인이 음식이라면 해당 식품의 섭취를 일단 중단해야 한다. 식품 알레르기의 경우 알레르기 유발 식품의 섭취를 피하면 곧 사라지지만, 아토피는 절대 쉽게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알레르기 유발 음식 섭취 중단 뒤 증상이 개선되는 아이들은 30∼40%가량이다.

성인 아토피 환자라면 실내 환경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털·먼지가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증을 느끼므로 수시로 집안을 물걸레로 닦아 먼지를 제거한다. 주변에 집먼지 진드기·바퀴벌레의 증식이 없도록 침구는 삶아 빨고, 햇볕에 충분이 말린 후 사용해야 한다. 노영석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성인 아토피 환자는 유전적인 성향이 크다”며 “보습제를 꾸준히 바르는 등 피부 보습을 철저히 하고, 자극을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료계에서 아토피 환자에게 흔히 추천하는 건강기능식품은 달맞이꽃 종자유와 유산균 제품이다. 박찬욱 교수는 “먹는 달맞이꽃 종자유의 핵심 성분은 오메가-6 지방”이며 “이 기름을 피부에 바르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유산균 제품의 아토피 개선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중앙대 용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118명의 아토피 아이들(12개월~13세)에게 유산균 제품을 하루 4g씩 12주간 먹였더니 아토피 증상이 훨씬 가벼워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노영석 교수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아토피의 완치를 기대할 순 없다”며 “유산균 제품·달맞이꽃 종자유는 체질 개선을 돕기 때문에 몸에 나쁠 것은 없다”고 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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