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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할머니 보따리에서 식은 미역국과 밥 왜?

중앙일보 2014.09.19 16:59


































지난 15일 오후 2시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에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 개를 든 채 한 시간째 동네를 서성이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할머니는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자신의 신상에 관한 것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며 그저 보따리를 껴안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경찰은 당시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할머니 차림새로 미뤄 인근 동네 주민일 것으로 판단해 할머니를 아는 주민을 찾아나섰다. 결국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이웃 주민을 만나 할머니의 딸이 입원한 부산 진구의 한 병원으로 데려갔다. 병원에 도착한 할머니는 딸을 보자 반가워하며 자신이 가져온 보따리를 풀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보따리 안에 들어 있던 물건이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어서 무라(어서 먹으라)"는 말과 함께 펼친 보따리에는 비록 이미 식어버렸지만 출산한 딸에게 먹일 미역국과 밥, 반찬 등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온전치 못한 정신에도 자신의 딸을 먹일 미역국을 품에 안고 온 엄마를 본 딸은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함께 갔던 경찰관들과 병원 직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7일 부산지방경찰청 트위터에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소개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 글은 홍보담당관실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담당하는 장재이(28·여) 경장이 올린 글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를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훈훈하게 소개하는 글을 올려 호평을 받아왔다. 트위터에서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감동이다" "치매 할머니, 정말 눈물 나" "엄마가 못하는 일은 없나 봅니다" "모성애는 무엇보다도 강하네요"라는 댓글을 올렸다.



부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사진=부산지방경찰청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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