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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와 나의 7일’ 개가 비틀대는 장면, 마취약·CG 사용 안해…

온라인 중앙일보 2014.09.19 09:52



[매거진M] ‘히마와리와 나의 7일’ 히라마츠 에미코 감독





















‘히마와리와 나의 7일’(9월 25일 개봉, 히라마츠 에미코 감독)은 유기견과 보호소 직원이 서로 마음을 열고 신뢰를 회복하는 이야기다. 2007년 일본 미야자키현의 동물 보호 관리소에서 일어난 실화가 바탕이다. 주인을 잃고 떠돌던 개 ‘히마와리’는 새끼들과 함께 유기견 보호소에서 살처분될 위기에 처하지만, 보호소 직원 쇼지(사카이 마사토)의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고 사람에 대해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따뜻하고 세심한 연출이 사람처럼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동경가족’(7월 31일 개봉, 야마다 요지 감독) 등의 각본가 겸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히라마츠 에미코(47)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 영화가 개막작으로 초청된 제2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8월 21~26일)에서 감독을 만났다.



-데뷔작으로 동물영화를 택한 이유는. “동물영화를 매년 만드는 영화 제작사 쇼치쿠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았다. 예전부터 감독으로 데뷔하더라도 동물영화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이 영화 촬영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히마와리와 나의 7일’은 동물을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일본의 메이저 동물영화가 다루지 않는 주제인 데다, 유기견 살처분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있어서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작 『기적의 모자견』은 실화가 바탕인데 이를 영상으로 옮기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쇼지의 애정이 전해져서 히마와리가 마음을 여는 모습을 잘 연출해서 인간과 동물의 마음이 서로 통한다는 것을 관객에 전달하고 싶었다.”



-원작과 달라진 설정이라면. “원작에는 쇼지와 개 이야기밖에 없다. 영화에는 정해진 보호기간 내에 입양되지 않은 유기견을 살처분하는 것도 아빠(쇼지)의 업무라는 걸 알게 된 딸이 아빠에게 등을 돌리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런 가정 환경은 전부 내가 만들어 넣은 것이다. 쇼지의 동료와 상사, 수의사(나카타니 미키) 등의 인물도 원작에는 없다. 히마와리의 전 주인이 할아버지·할머니였다는 부분도 내가 만들어 넣은 것이다.”



-쇼지의 가족 스토리를 넣은 건 어떤 의도인가. “쇼지는 자신의 직업을 들키고 난 뒤 딸의 신뢰를 잃는다. 새끼들을 지키는 히마와리의 헌신적인 모습에 쇼지 가족이 영향을 받고, 신뢰를 회복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쇼지의 가족 관계를 집어넣었다.”



-동물을 데리고 영화를 찍는 게 어렵지 않았나. “엄청 힘들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었지만, 솔직히 즐거웠다. 원하는 그림을 생각해놓고 거기에 개를 집어넣으려 하기 때문에 힘든 거다. 나도 영화 찍기 전에 이상적인 그림을 그려두긴 했지만, 개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늘 다른 방법을 모색하며 찍었다. ‘이치’(히마와리를 연기한 개의 이름)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개 훈련 전문가와 회의를 많이 했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는 보람을 느꼈다. 연기가 잘될 때 이치도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이치와 내가 서로 지혜를 겨루는 작업이랄까. 의미 있고 즐거운 현장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히마와리가 쇼지의 팔을 무는 장면도 힘들었지만, 히마와리가 마취에서 깨어나 비틀대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힘들었다. 실제 개를 마취한 거라 생각하는 관객도 있지만, 전혀 아니었다. 마취하면 스태프들에 대한 이치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비틀대는 연기를 시킬 수 있을까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방법을 찾았다. 무려 3개월이 걸렸다. 방법은 비밀이다(웃음). 히마와리가 쇼지에게 으르렁대는 건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했다. 으르렁대는 얼굴을 찍으려면 실제로 개에게 겁을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실제 유기견 보호소도 취재했나. “실화의 장소인 미야자키현 동물 보호소를 비롯해 몇 군데를 취재했다. 유기동물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서적도 참고했다.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살처분하는 장소를 보여주지 않길래 몇 번이나 찾아가 부탁했다. 흥미 본위가 아니라 좋은 취지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더니 결국 보여줬다. 그걸 보고 나서 실제에 충실하게 살처분기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쇼지 역으로 일본 최고의 인기 배우 사카이 마사토를 캐스팅했는데.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특히 쇼지의 경우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는 게 아니라, 작은 사건을 계기로 용기를 내고 조금씩 변해가는 캐릭터다. 그런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사카이 마사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사카이 마사토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생명과 마주하는 영화”라고 말했는데. “나도 동의한다. 영화를 찍기 한 해 전인 2010년, 미야자키현에서 구제역이 돌아 몇만 마리의 소들이 살처분됐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 비극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다. 미야자키현 출신인 사카이 마사토도 구제역을 계기로 생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영화를 찍었다.”



-유기동물 살처분에 대한 생각은. “살처분되는 동물이 전혀 없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2007년 한 해에만 일본에서 31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살처분됐다. 영화를 통해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개와 고양이가 버려지는 일을 막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승인 야마다 요지 감독은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 “너무 개에게 집중해서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란 이유였다. 하지만 난 인간뿐 아니라 개에도 몰두해서 촬영했다. 인간과 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 촬영 전 스태프들에게 ‘애정의 연쇄’를 강조했다고 하던데, 어떤 의미인가. “사람들은 쑥스러워서인지, 좋은 것이나 의미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달하는 것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정말 좋은 것은 바통을 넘겨주듯이 아이나 친구, 동료 등 소중한 사람들에게 계속 전해주는 게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강조하고 싶었다. 영화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영화 기술과 영화 현장의 전통도 연쇄적으로 전달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작은 결정했나. “진행 중인데, 아직 정식으로 결정하진 않았다. 쇼지처럼 평범한 사람이 일상의 작은 일 때문에 용기를 내고 분발하는 테마에 관심이 많다.”



-그런 테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뭔가. “돈이나 권력을 가진 이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관심도 없다. 학교 다닐 때 보면 40명 정도의 반에서 아주 뛰어난 5명, 문제 많은 5명을 제외한 30명은 큰 문제는 없지만 별로 주목도 받지 못하면서 생활한다. 이도 저도 아닌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마이너리티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런 이들을 보호하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나.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유럽은 애완동물 입양 문화가 정착돼 있는데, 아시아 지역은 아직도 새끼 애완동물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펫숍에서 애완동물을 사지 않고,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입양했으면 좋겠다.”



순천=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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