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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돌봄교실 0원 … 교육 예산은 사실상 삭감

중앙일보 2014.09.19 03:08 종합 5면 지면보기
늘어난 내년 예산안의 상당 부분은 사회복지망 확충과 안전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이와 달리 교육예산은 사실상 삭감돼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교육감들 "부담 떠넘기지 말라" 반발
금연지원사업에 1521억, 13배 뛰어
병사월급 15%↑… 상병 15만4000원
세월호 여파 안전 예산 2조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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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예산 증액에는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반지하방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두 딸과 함께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긴급 복지지원 예산 대폭 증액(499억→1013억원),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 등은 이 사건과 무관치 않다.



 긴급 복지지원 제도는 위기에 놓인 사람(가정)에게 생계·의료·주거용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원 기준을 대폭 완화해 지원 건수를 8만 건에서 16만 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저소득층이 겨울(12~2월)에 월 3만6000원어치의 가스·등유 구입권인 에너지 바우처도 받게 된다.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지급되는 국가장학금도 연간 45만~112만5000원 늘어난다. 올해 연 112만5000원을 받던 6분위 가구 대학생은 내년에 225만원을 받는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 공약의 완성”이라고 자평했다.



 실업 기간에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계속 납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연간 최대 38만원을 지원하는 ‘실업크레딧’ 제도도 도입된다. 올해 6개월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내년부터 12개월치가 모두 지급되고 대상도 464만 명으로 17만 명 늘어난다. 금연지원사업 예산은 113억원에서 1521억원으로 13배나 폭증해 눈길을 끌었다.



 안전 예산은 14조6000억여원으로 올해보다 2조2000억원 증액됐다. 넓은 의미의 안전 예산인 국방예산까지 더하면 50조원을 넘어선다. 세월호 사태, 군대 내 총격·폭행 사고 등 대형사고가 속출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결과다. 학교 주변 폐쇄회로TV(CCTV)도 15만여 대에서 17만여 대로 늘어난다.



 국방 예산은 병사 복지 증진에 우선적으로 투입된다. ‘임 병장 사태’ ‘윤 일병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다. 최전방 일반전초(GOP) 장병들에게 신형 방탄복이 지급되고 GOP 소초 내에 실내 헬스장(262개)과 농구장(341개)도 설치된다. 구타나 가혹행위 예방을 위해 600여 곳에 CCTV가 설치된다. 병사 월급은 15% 올라 올해 13만4600원인 상병 월급은 15만4000원이 된다. 하루 식비 단가도 6848원에서 7190원으로 오른다.



 반면 교육 예산은 사실상 올해보다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1.6% 늘었지만 국립대 기성회비 1조3142억원을 수업료로 일원화해 세입 처리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론 올해보다 4300억여원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39조5000억여원으로 올해 대비 1조3000억여원 감소했다. 누리과정(0~5세 무상보육)과 초등 돌봄교실 등 국가 시책 예산이 국고 예산에 편성되지 않아 시·도교육청 부담이 더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 분야 주요 대선공약인 고교 무상교육도 사실상 무산됐다.



 17개 시·도 교육감은 이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열고 “지난 정부가 졸속으로 복지 정책을 확대해 놓고 예산은 교육청에 떠넘겨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누리 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면 (누리 과정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석·박현영·유성운·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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