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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술집 금연' 국민투표까지 거쳐 결정

중앙일보 2014.09.19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2015년 1월이면 규모와 상관없이 국내 모든 식당과 술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된다. 이보다 8년 앞선 2007년 독일은 모든 술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는 건강보호법을 제정했다. 다만 술집에 분리된 흡연실은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시민, 흡연자 배려 방법 함께 논의
한국도 내년부터 소규모 술집 금연
담배소비자협회 등 헌법소원 준비



 이 같은 조치에 선술집 주인과 고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방까지 포함한 면적이 65㎡(19.7평) 이하인 선술집에는 흡연실 설치가 불가능한 만큼 명백한 차별입법”이라는 주장이었다. 다음 해인 2008년 연방 헌법재판소는 “소규모 술집에 대해서도 전면 금연을 실시한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며 위헌 결정을 했다. 그 결과 건강보호법이 효력을 잃었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다.



 헌재 결정 후 시민들과 정당을 중심으로 금연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비흡연자 모임은 간접흡연의 폐해와 세계적 흐름을 강조하며 사회적 토론을 요구했다. “진정한 비흡연자 보호”를 내건 생태민주당에 사민당과 녹색당이 가세하면서 여론은 금연정책 강화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2010년 바이에른주를 시작으로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투표자 중 61%가 금연구역 확대에 찬성함에 따라 건강보호법이 다시 발효됐다.



대구대 이상학(법학) 교수는 “금연구역 논의 과정에서 혐연자는 흡연자를 어떻게 배려하고, 흡연자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며 “그 과정을 통해 제도가 사회 저변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의 금연정책이 다른 나라보다 느리게 추진됐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정책에 대한 저항을 줄인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독일의 7년 전 상황은 식당·술집 전면 금연을 앞두고 있는 우리와 비슷하다. 소규모 술집과 고객들의 불만도 당시 독일과 다르지 않다. 담배소비자협회 등 흡연자 단체들은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혐연권과 흡연권이 다시 충돌할 수 있는 것이다. 헌재는 2004년 흡연권도 행복추구권(헌법 10조)과 사생활 자유(17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생명권이 담긴 혐연권엔 미치지 못하지만 보장돼야 할 기본권임은 분명하다고 본 것이다.



 한국의 금연구역 확대는 너무나 급격하게,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서울 강남대로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2012년 3월을 전후해 버스정류장-대형건물-PC방-식당 등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담배연기가 추방됐다. 지자체가 실외, 정부가 실내 금연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며 구역 설정의 원칙도 무너졌다.



 제도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강남대로나 광화문광장 등엔 자생적으로 스모킹존이 생겨나 또 다른 시민 불편을 야기시키고 있다. 교내 금연구역 문제를 놓고 대학생들끼리 논쟁을 벌이다 폭행 시비로 이어진 사건은 제도와 실제의 부조화를 잘 보여준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18일 성균관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비흡연자인 과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백모(26·흡연자)씨를 불구속입건했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는 “한국의 금연구역 설정은 규제편의주의적 측면이 강하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흡연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이상학 교수는 “우리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먼저 사회적 논의를 거친 독일 등 유럽의 사례를 토대로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인식 팀장, 강기헌·구혜진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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