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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는 척 … 몰래 피우는 여성들

중앙일보 2014.09.19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증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25·여)씨는 회식 자리가 두렵다. 술을 못해서가 아니라 담배를 피우지 못해서다. 김씨는 “회식 도중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식당에서 나와 서너 블록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곤 한다”며 “손에 냄새가 밸까 봐 작은 나무젓가락으로 담배를 집고 피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루 반 갑을 피우는 그는 입사 후 1년째 흡연 사실을 숨겨 오고 있다. 남자가 더 많은 회사에서 평판이 나빠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 시선에 흡연 숨겨
남성 위주 금연정책 사각지대



 여성 흡연자들은 금연정책의 사각 지대로 불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흡연율은 6.2%였다. 2001년 5.2%와 비교해선 늘었고 2012년(7.9%)보다는 줄었다. 전문가들은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흡연율 통계보다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계양구보건소 마정옥 상담사는 “여성 흡연자는 남성과 달리 흡연을 감춰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몰래 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 흡연율이 매년 들쭉날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들이 담배 피우는 사실을 감추는 건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비슷한 문화권인 중국·일본과 비교해도 여성 흡연자에 대한 편견은 한국이 유독 강하다. 여성 흡연자는 비흡연자는 물론 남성 흡연자들까지도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마이너리티’다. 대학생 이모(24·여)씨는 “남자친구가 싫어할 것 같아 흡연 사실을 비밀로 한다”며 “구강청결제와 향수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1년 가까이 숨겼다”고 전했다. 한성대 김귀옥(사회학) 교수는 “아직도 담배는 ‘남자들만의 기호품’으로 여기는 가부장적 편견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여성 흡연에 대해선 남성 흡연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국립암센터 금연콜센터는 대면 상담을 꺼리는 여성을 위해 전화 상담 서비스를 운영한다. 임민경 센터장은 “여성의 경우 가정 불화나 가정 내 폭력 등으로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이어트를 이유로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은진 연구위원은 “그동안 금연정책이 상대적으로 흡연율이 높은 남성에게만 집중됐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 10~20대 여성들의 흡연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인식 팀장, 강기헌·구혜진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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