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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MB정권 '낙하산' 공기업 줄줄이 수사 … 구 여권 실세 겨냥하나

중앙일보 2014.09.19 02:52 종합 14면 지면보기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낙하산’ 논란을 빚은 도로공사·한전KDN과 관련 정보통신(IT)망 납품업체 비리 수사에 동시에 착수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정·관계 비리 수사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이들 공기업에 납품하는 IT 공사 하청업체 세 곳이 15~17일 회사 돈으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상태다. 검찰은 정보통신망 공사를 수주하거나 사업자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발주·납품 관련 비자금 조성 혐의
관급·한전 공사 독점해 매출 급증
전 정권 인허가 비리로 번질 수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LG유플러스 광대역망 구축 사업자인 김일수(66) 테라텔레콤 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고 17일 자택과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김 대표는 옛 체신부 공무원 출신으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인수위원, 2011년 정보통신산업연구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통피아(통신+마피아)’ 출신이다.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매년 200억원대 이상 이동통신 3사의 망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정·관계 로비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옛 방송통신위원회 고위직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 당시 여권 실세들과 가까웠던 점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뒤 회사 경영이 갑자기 어려워진 이유로, 김 대표가 전 정부 때 회사 돈을 비자금으로 빼돌렸다가 이를 메우려고 사채를 끌어다 썼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조성 자금의 사용처 수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가 역시 비자금 조성혐의로 수사 중인 대보정보통신은 1996년 설립된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이 전신이다. 2002년 민영화됐을 당시 서원밸리CC와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던 최등규(66) 대보그룹 회장이 인수해 이름을 바꿨다. 대보정보통신은 이후 하이패스 교통시스템 등 관급공사 수주를 통해 매출이 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10배가량 급성장했다. 검찰이 대보정보통신의 도로공사 임직원 로비와 함께 과거 방통위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를 의심하는 이유다.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장영섭)가 수사에 착수한 한전KDN의 납품업체 케이제이시스템즈의 경우 배전제어 상황실 시스템과 근거리통신망(TRS)을 납품하는 IT 업체다. 한전 관련 IT 공사의 90%가량을 독점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 김광춘 회장으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은 혐의로 현모(55) 전 한국전력 관리본부장이 이미 구속됐고, 자회사 한전KDN의 본부장 한 명도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로비 대상이 된 도로공사와 한전KDN 경영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로공사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인사인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에서 지난해 말 친박근혜계 3선 의원 출신인 김학송 사장으로 교체됐다. 한전KDN의 경우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상임특보를 지낸 전도봉 전 사장에서 이 후보 캠프 IT자문위원 출신인 김병일 사장으로 바뀌었다.



한전산업개발도 최근 노조와 회사가 각각 전직 경영진을 배임 등 비리혐의로 고발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수사중이다. 앞서 2008년 말에도 한전산업개발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아 최대주주인 자유총연맹의 권정달 당시 총재가 구속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공기업들은 방만 경영으로 실무 경영진까지 수사대상이 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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